예술은 대중문화를 만드는 바탕이 되지만, 그 바탕을 깨고 새로운 씨앗을 심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둘의 상호작용에서 예술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요. 그런 면에서 예술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그 새로움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밀고 나가는 예술성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의외성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의식주를 인터넷 주문으로 해결합니다. 과일 하나 사더라도 인터넷 속에는 최저가 가격 비교와 리뷰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합니다. 하지만 주문 과정에는 과일 가게 아저씨의 말투나 걸걸한 목소리는 없습니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필요한 정보 이외의 것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차단합니다. 지금 시대를 감히 정의하면 가공되고 정제된 정보만 제공하는 매체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포장해서 표현하지요. 최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만큼 인터넷 속 정보는 실제 타자나 사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외성 정보가 적습니다.
우리는 직접 대면하는 것, 정제되고 걸러지기 전의 사소함이 가득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의외성 경험은 이미 갖춰진 정보에 가려진 노이즈를 듣는 것입니다. 다르게 본다는 것은 정제되고 잘 짜인 형식 이외의 것,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보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당연히 정보는 인터넷 속에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의외성은 현장에 더 많습니다. 정제된 통계적 정형성 이외의 것, 마주 보고 대화하고 느끼고 고개를 갸웃하는 곳에 말입니다.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배반할 수 있는 온갖 소음과 뒤섞인 관계, 그리고 예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자극이 가득합니다. 인터넷 시대에 사는 우리는 경험과 대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당장은 중요하지 않지만 의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와 가치를 많이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면하고, 의외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큰 손실입니다.
인터넷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의외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사라질 것이고 의외성 상실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조덕현 개인전 ‘108 and : 어둠과 빛, 바람과 비의 서사’ & wind>
춘포도정공장 갤러리-108년 된 정미소 폐공장을 전시장으로 다시 살렸다. Ⓒ강성훈 제공
그래서 웹진 《온전》 8호는 공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험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인터넷 속으로 사라진 공간과 인터넷 검색어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의외성 경험에 주목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