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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의 글

질서를 찾아서
제7호 문화 다양하고도 모호한_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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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예술과 브랜딩 그리고 문화창조자로서의 팬’을 주제로 시작했던 2022년이 저물어갑니다. 3월과 6월 그리고 9월 다시 12월, 《온전》은 네 가지의 이야깃거리를 들고 여러분을 찾았습니다. 여름에는 정권교체와 함께 변화한 2022년 문화예술정책을 톺아보았고, 가을에는 기획, 기획자, 기획이라 부르는 것의 미묘하게 중첩된 경계를 어루만졌습니다. 《온전》의 겨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곳에서 시작합니다. 하나의 단어로 불리는 ‘문화예술’의 사이를 조금 떨어뜨려 놓고 ‘문화’라는 낱말 밑에 드러누운 수많은 ‘어떤 것’들을 걷어보고 싶었습니다. 예술 또한 문화라는 나무의 그림자 아래 누운 존재인 것으로요.


문화와 예술은 분리되지 않는다. 문화와 예술은 상호 귀속적인 관계가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분리시켜 개념화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라는 지적과 우려도 있었습니다. 다만 문화라는 거대한 총칭, 문화가 짊어진 무게와 나이테를 세어보고 싶었다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생산되는 모든 것들이 ‘콘텐츠’라 불리는 것처럼, 모든 것이 문화라는 단어로 흡수되는 것만 같았거든요.


일 년 간 함께한 편집위원들과 2022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업, 작품, 행사에 관한 이야기로 좌담을 시작하면서, 새로워지고 넓어진 보편적 질서를 확인하였습니다. 선택이었던 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매김한 아름다운 변화들을 보았습니다. 젠더, 베리어프리, 환경 이슈 등은 이제 감수성이 아닌 태도에 가깝습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축제를 운영하고 즐기는 방식, 협업 작업의 방식, 작가성과 작품의 윤리를 바라보는 방식도 다양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생산하는 쪽과 문화를 향유하는 쪽이 똑같은 거대한 시대를 통과하면서, 거울 비추듯 서로를 관찰하고 발견했기에 가능한 변화입니다. 지금까지의 눌변이 ‘문화 수준이 높아졌다는 말이로군’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문화)예술계에서 살아가다보면, 사실상 세상을 이루고 굴리는 더 큰 문화의 흐름을 눈치 채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인이야 말로 어쩌면 이 시대가 공감하며 향유하는 문화의 다양한 결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자조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이 점에서 지난 11월에 다녀온 축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무아지경(@mazk_projact) 혹한기 캠핑 대잔치”라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이 축제는 크게 캠핑과 음악 공연을 중심으로 구성된 행사입니다. 라이브 페인팅, 라이브 타투, 케리커쳐, 프리 스피치(Free speech)로 이뤄진 Art 세션과 제기차기, 기마전, 단체 줄넘기, 뮤비 촬영으로 이뤄진 이벤트 세션, 1박 2일 동안 이어지는 밴드들의 공연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습니다.



2022 무아지경 혹한기 대잔치  Ⓒ2022 MAZK PROJECT 제공


제가 주로 참여하는 예술 기반의 축제들에서 보지 못한 경험을 이곳에서 했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예술가를 만나거나 예술작품을 관람하거나 동시대 예술의 이슈와 트랜드를 좇거나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닌 친구의 초대로, 친구와 함께, 친구가 되기 위해, 친구가 될 ‘계기’로서의 축제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경험으로서의 축제 말입니다.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변화시켜온 물질적, 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라고도 합니다. 문화를 누린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가 만들어낸 ‘과정의 산물’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를 통해, 인정을 통해, 존중을 통해, 문화는 질서가 되고 태도가 되고 생태계가 되고 혁신도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거대해졌지요?


편집위원들의 연말 좌담, ‘모든 것이 문화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진짜 콘텐츠란 무엇인가?’를 되짚는 에세이, 다양한 문화의 교차점에서 제작된 공연 <플룩소> 리뷰, 좌담과 인터뷰도 살펴보아 주세요.


긴 글을 짧은 인사로 맺습니다.

한 해 동안 《온전》과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제7호 #문화예술정책 #콘텐츠 #축제 #경험 #문화 #과정
 섬네일 파일
필자 허영균
허영균은 웹진 《온전》 편집장,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이다.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했다. 연극과 무용을 만들고 그에 대한 글을 써오다 기획의 영역으로 반경을 옮겼다. 퍼포먼스성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창작 활동을 모두 공연의 일부로 보고 출판과 공연 기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웹진 예술경영 편집위원 등을 거쳐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더아프로》의 편집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인스타그램] @1do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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