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穩全

닫기
통합검색
SITEMAP전체메뉴

편집부의 글

자만과 사랑
제5호 2022 문화예술정책_2022년 6월
내용 SNS 공유 +


"창피할 짓을 하는 이유는 창피할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일어났던 일을 후회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저도 자주 그렇습니다. 걱정보다는 후회 쪽이 많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지 말 걸, 가지 말 걸, 아 나 자신이 싫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 그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사건 당일만큼 더는 부끄럽지도 화끈거리지도 않습니다. 최근 누군가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전화를 걸어 온갖 가십을 전달해준 일이 있습니다. 다음 날 "취해서 별 소릴 다했네요, 창피해 죽겠어요."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숨긴 귀여운 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창피할 짓을 하는 이유는 창피할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제정신을 차리고 비로소 창피함을 느끼게 될 때도, 창피할 에너지가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버리는 일들이라고요. 창피할 에너지는 어떤 짓을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자만 넘치는 사랑에서 생성되는 게 아닐까요. 자만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자만할 수 있게 하는 사랑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만을 또 품습니다. 이런 종류의 깨달음은 순간적이고, 대체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지만, 노력의 누적을 통해 습관이 되고, 본성이 될 거라 믿습니다. 《온전》 5호를 발행하면서 뿌듯함으로부터의 자만으로, 지난 호들의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잊으며, 읽을거리에 마음을 담아 전해 드립니다. 함께 생각하고 말하며, 같이 뿌듯하며, 부끄러워하고 싶습니다.

 

#제5호 #허영균 #인터뷰 #후회 #창피 #노력 #에너지
 섬네일 파일
필자 허영균
허영균은 웹진 《온전》 편집장,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이다.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했다. 연극과 무용을 만들고 그에 대한 글을 써오다 기획의 영역으로 반경을 옮겼다. 퍼포먼스성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창작 활동을 모두 공연의 일부로 보고 출판과 공연 기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웹진 예술경영 편집위원 등을 거쳐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더아프로》의 편집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인스타그램] @1docci
  • 최신기사순
  • 인기기사순
구독하기
전주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웹진《온전》과 문화뉴스 클리핑 @파발을 정기적으로 받아 보세요!
구독 이벤트
웹진 《온전》 어떻게 보셨나요?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5천 원 상당 모바일 교환권을 드립니다.
55000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20(경원동3가) T. 063-281-1563 F. 063-283-1201 E. jjcf_run9275@naver.com

발행처 : (재)전주문화재단 관리자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