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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의 글

봄은 쉬 오지 않고, 인생의 꽃은 절로 피지 않는다
제12호 봄을 만드는 사람들_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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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멀미’라는 말을 아세요.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에 취해 어질어질하다는 뜻이지요. 

요즘이 딱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꽃들의 화려한 열병분열식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나무 그늘 아래 서 있노라면 

연분홍 꽃 그림자에 홀리고 황홀한 꽃 내음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바람 불 때마다 화르르 화르르 날리는 꽃 이파리는 첫사랑의 아련한 그리움마저 떠오르게 합니다. 

언덕 저편에는 하얀 배꽃이 눈부시고, 머잖아 담장 너머엔 장미가 새빨간 꽃을 피워내겠지요.  


꽃은 절로 피는 것이 아니다. Ⓒ장대석 제공 


봄이 한창이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이 쉬이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올해는 특히 꽃샘추위의 심술이 유난해 경칩·춘분이 다 지나도록 겨울옷을 벗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아침·저녁 수은주는 영하로 뚝 떨어지고, 낮에는 찬 바람이 쌩쌩 불었지요. 

문밖을 나서다 목도리를 챙기기 위해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곤 했습니다. 

3월이 다 가도록 일부 지역에서는 폭설이 쏟아지고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북풍과 남풍이 밀고 밀리는 싸움을 거듭한 끝에 

뒤늦게 4월 들어서야 봄이 본색을 드러내고 꽃들은 화들짝 피어났습니다.  



인생의 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간이 마냥 흘러간다고 절로 꽃이 피는 것은 아니지요. 

땅이 얼었다 풀리기를 수없이 반복해도 

묵묵히 인내하며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처럼 

부지런히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창작혼을 불태우는 예술인들은 더 그러하겠지요. 

‘어제의 나’를 버리고 ‘내일의 나’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면서 쉼 없이 기량을 갈고 닦아온 이들이 

인생의 꽃망울을 터트릴 수 있겠지요. 


지난겨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린 예술인에게 이 봄이 가장 환하게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봄 #꽃멀미 #인생 #창작혼 #예술인
 섬네일 파일
필자 장대석
중앙일보 기자로 30여 년 근무했다. 전북 지역의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취재했다. ‘문화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자양분’이라는 생각에 그 판을 키우는 데 애정을 쏟았고,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전라도가 으뜸’이라는 생각에 이를 널리 알리는 데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판소리·국악기·한국무용 등 국악의 얘깃거리와 인물을 발굴, 기사화해 전국 무대에 데뷔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에 노력했다. 현재 전북대 특임교수로 전북문화관광재단·전주문화재단 등 자문,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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