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NFT는 말 그대로 현재 매우 핫하다. 유튜브나 TV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이것들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타버스와 NFT를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이나 비즈니스 모델로만 보고 접근을 한다. 이는 예술 영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작가 비플Beeple이 자신의 작품 <매일Everydays>을 NFT를 이용하여 얼마에 팔았다거나 NFT를 이용한 가상 고양이 <크립토키티>가 얼마에 거래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메타버스와 NFT가 가진 기술적 의의와 진정한 가능성을 묻어버리고 있다. 신기헌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술가의 관점에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그리고 테크놀로지스트의 관점에서 본 메타버스와 NFT의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경제적 잠재력과 가치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신기헌(미디어 아티스트) ⓒ웹진 《온전》 편집부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기 위해 여러 명칭을 사용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의 강연에서는 자신을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라고 소개하셨던데요, 이 명칭에는 어떤 함의가 포함되어 있을까요?
원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는 광고업계에서 사용하는 직함으로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로지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직함이나 명칭은 내가 나를 정의한다기보다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일정 부분 제가 의도하는 것인데, 십이 년 정도 이렇게 살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명칭이 굉장히 많이 모였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실험인데, 가장 친한 몇몇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들 각자가 서로 달리 신기헌에 대해 말하면서 싸우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바램을 담고 있습니다. 다중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싶은데, 메타버스라는 주제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요즘에 TV에서 많이 사용하는 부캐나 세계관과 관련해서 현실에서, 일상에서, 진지한 영역에서 다중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도 세계관과 다중 정체성이 많이 언급되는데, 소비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진짜 자기의 커리어나 학문의 영역이나 직업의 영역에서 이렇게 실험해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상공간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여러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학문적인 정의와 상관없이 본인이 정의하는 ‘가상’은 무엇인가요? 가상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일상화되었고 예를 들어 카카오 뱅크는 완전히 디지털화된 은행이지만 아무도 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뱅크를 규정을 해야만 할 때 버추얼 뱅크로 정의하죠. 작가님이 정의하는 가상은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카카오 뱅크가 가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유를 하나 들자면, 테마파크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마파크 내에서의 가상 개념이 제가 생각하는 가상 개념과 가장 가까운 듯합니다. 디즈니랜드를 방문한다고 할 때, 티켓을 6개월 전에 예약할 때는 현실 공간에 있죠. 이때는 기대감을 가지고 내가 있는 현실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시점입니다. 방문 당일이 돼서 테마파크 문 앞에 섰을 때 그 문을 들어설 때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키느냐, 여기부터 가상이라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듯해요. 공급자적인 측면에서는 디즈니가 거기서 어떤 장치를 해놓느냐의 문제로, 이 문을 지나가면서 이야기 속 세계의 한 일원이 되게 만드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죠.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우선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의 입장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그 문을 지나서도 아이를 챙기고 현실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몰입을 할 수 있죠. 여러 가지 아이템들로 자신을 꾸미고 표현하고 현실의 자신을 잊어버려요. 같이 간 일행이나 그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합니다. 또 디즈니의 캐릭터가 다가와 악수를 하고 안아줄 때, 그런 행동 자체가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인식해주는 행위죠. 이러한 것들을 디지털이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게임 쪽에서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도 현실의 일을 처리하면서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로 게임 안에서 들어가서 감정도 분출하고 내가 실패했을 때는 진짜로 좌절하고, 성공했을 때는 정말 기뻐하는, 나의 자아와 게임의 캐릭터나 아바타를 완전히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때 게임 속에서 다른 아바타를 만난다면 그들은 그와 같은 층위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인식하고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환경이 물리적이냐 디지털이냐,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구분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에서 어떤 그라운드 룰에 동의하고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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