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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현장

청년예술가들의 그룹 활동 - 느슨한 연대로서의 C.ART
제14호 지역 미술세계로 진입하기_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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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야 할까? : 청년예술가들의 그룹 활동 - 느슨한 연대로서의 C.ART 


대학에 다닐 때, 졸업을 한 선배들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특히 졸업을 하고, 작가로 살아가는 선배들의 행보는 더더욱 베일에 싸여 있었다. 선배, 친구 등이 작가로 자라나는 과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작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다. 상을 타 등단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동사무소에서 작가로 등록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졸업을 하자마자 나는 작가입니다!” 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것 외에, 작가의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검색엔진이나 유튜브, 스레드(Threads), 릴스(Instagram Reels) 등의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알 수 있는 정보들이라고는 예술인 등록 하기, 전시 많이 하기 등과 같은 막연한 조언들뿐이었다. 이마저도 다음편에 이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식으로 정보를 분산시켜 내용을 끝까지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5년 정도를 버텨라’, ‘열심히 활동해라등 두루뭉술한 이야기들만이 반복되었고, 어떻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이 좋은 창작인 건지는 여전히 명확해지지 않았다.

 

하나의 사례로는, 공모와 지원 사업에 대한 개인적 오해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시 홍보물에 적힌 이 전시는 OOO 사업에 선정되어 후원을 받았습니다.’ 라는 문구를 보며, ‘ ! 좋은 작업을 하면 기관에서 나를 찾아 지원금을 지원해 주러 오는구나! ’ 하고 생각하곤 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신진예술가의 입장에서,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방법과 경로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할까?


 

C.ART 기획 회의 전경 C.ART

 

미술사를 살펴보면, 예술가들이 그룹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목적성을 갖는 것 같아 보인다. 청기사파(Der Blaue Reiter)는 색채와 형태의 추상적 표현을 통해 정신적, 내면적 진리를 탐구하려 했으며, 러시아 구성주의 (Constructivism)는 예술을 개인적 표현의 도구가 아닌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위한 실용으로서의 예술로 삼았고, 플럭서스(Fluxus)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자면, 201110명의 회원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C.ART’, 동문 간에 만들어진 단체들이 영역 안에서만 활동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개최한 창립 전시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 예술계의 불안정한 현실과 지역 대학 출신 예술가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해왔으며, 현재는 대학 간의 구별을 헐어내고 전북 지역이라는 키워드로 뭉친 31명의 시각예술 청년작가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중에 있다.

 

햇수로 13년 차를 맞은 C.ART는 그동안 20회의 전시회와 12회의 세미나 · 발제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1회의 정기전과, 1회 이상의 기획전을 계획하고 매달 정기 회의를 열고 있다. 2024년부터 시작된 예술이론 스터디그룹 T.EXT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담론들에 대한 이해의 심화를 목적으로 미술사, 미학 등의 이론 스터디도 진행 중에 있다. SNS를 활용하여 서로의 전시 소식을 공유하고 홍보할 뿐만 아니라, 전시 전반에 걸쳐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품앗이하기도 한다. 이제는 10년 넘게 다져온 전북 기반 작가들의 결속을 바탕으로, 타 지역의 작가들과 교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려 계획 중에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단체인 만큼, C.ART에는 다수의 개인전과 다양한 프로젝트의 경험이 많은 청년작가부터, 필자를 포함해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하는 신진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 층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신진작가의 입장에서, 연대해 줄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불안한 사회 초년생에게 큰 안정감을 주는 일과 같았다.

이러한 그룹 활동들에는 의무나 책임,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C.ART의 전시는 연 1회 진행되는 정기전을 제외하고는, 필수적인, 의무가 강요되는 활동은 없다. 각 작가들은 그 해에 기획된 전시의 주제나, 본인의 일정을 고려하여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느슨한 연대의 방식은, 답답한 위계가 아니라 자율성을 통한 자발적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참여 방식에 있어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함으로써, 연대의 안정적인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또한 C.ART의 참여 청년작가들은 C.ART 외부에서도 다양한 소그룹 활동 중에 있다. 가볍지만 놀라운 일들이 발생하는 일상을 추구하는 여성 예술가그룹 어랏오브아트(Alot of Art), 추상예술 연구그룹 엣헴(athem), 조각 기반의 여성 다원예술그룹 KHK, 전북 청년 예술인 판로 개척을 위해 활동하는 세이모비오(Samo B.O), 시각예술그룹 아트룸 어플리(Artroom Apply) 등이다. 이들은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지역 미술세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 중에 있다. 이러한 다양한 그룹 활동들은 C.ART 내외부에서 서로 다른 활동들에 관심을 갖게 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거나, 서로의 활동에도 참여하게 한다. 소그룹에 소속된 작가가 아니어도 서로의 소식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각각의 청년예술가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예술적 연대의 원동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비록 가끔은 서로의 이름도 잊어버릴 정도로 느슨하지만, 활동들이 파편화되고 활동을 위한 자원들이 풍요롭지만은 않은 이 지역에서, 생존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또한 동력이 되기도 하는 활동들, 이러한 대안적 그룹 활동들에 지역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C.ART 8월 기획전 전경, 한준


C.ART의 최근 그룹 활동은 지난 4월의 정기전과 8월의 기획전에 이어, 다가오는 1017일부터 31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홀에서 진행되는 생존 가방을 싸는 철새들으로 이어진다. C.ART의 설립 목적처럼, 지역 청년 예술가로서의 현실과, 그것을 어떻게 돌파해나갈지를 고민하는 전시가 기획되었다. 18일에는 큐레이터의 전시리뷰, 환경단체의 강의, 작가와의 대화 등이 준비된 오픈식도 마련되어 있다.

 

21명이 참여하는 이번 기획전은 필자와 같은 신진작가에게는 질문하고 고민하는 자리다. 전시가 어떻게 진행될지, 다양한 작가들이 어떤 새로운 작품을 설치할지, 동일한 주제로 다른 가작 제작한 작업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생각이 들지에 대해서 질문하고, 나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동시에 다른 작가의 작업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교류하고 연대하면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작업을 다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웃음).

 

, 이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C.ART #청년작가 #신진작가 #팔복예술공장 #철새들
 섬네일 파일
필자 한 준
한 준(韓儁,1997)은 전주를 기반으로 작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는(2023~) 작가이자, 전주의 대안문화공간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학예업무를 진행하는(2023~) 객원큐레이터이다. 전북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2022) 202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단체전, 전시기획,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 네트워킹 활동 등을 진행하며 지역예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egodependence@gmail.com @ego_depen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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