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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우리’는 무엇인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신작 <얼이섞다>
제2호 환경과 예술_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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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라는 오픈소스 - 서사의 공동체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이하 앰비규어스)는 올해 11월 신작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얼이섞다>로 어리석다, 얼이 섞이다, 얼이 썩었다와 같은 언어적 유희를 내포하고 있다. MBC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향토민요에 맞춰 앰비규어스의 춤이 어우러진다. 과거의 향토민요와 지금의 앰비규어스 춤, 거기에 그룹 해파리(HAEPAARY) 최혜원 음악감독의 테크노 음악이 어우러져 작품을 미래적 감각으로 이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제공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MBC라디오에서 30년간 이어온 방송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향토민요를 소개하였다. 향토민요는 전문 소리꾼이 아닌 일반인들이 부른 노동, 놀이, 장례, 의례 등 생활 속 노래이다. 지금은 자주 부르지도 듣지도 않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앰비규어스의 김보람 예술감독은 옛날부터 ’우리의 소리‘에 맞춰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예술감독의 마음속 바람이 올해 좋은 기회를 만나 무대 위에서 구현된다.


앰비규어스는 말 그대로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 이날치와 협업과 한국관광공사 ‘Feel the Rhythm of Korea’를 통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영국의 유명 록 밴드 Coldplay의 ‘Higher Power’로 협업하기도 하며 현대무용과 대중예술 중간 어딘가에 있다. 공연뿐만 아니라 댄스필름, 광고, 전시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앰비규어스 보여주기를 시도한다.


앰비규어스에게 ‘전통’이란 명맥이 끊어진 ‘옛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도 통용되는 문화이다. 전문 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삶 안에서 불렀던 향토민요에 맞춰 지금 앰비규어스의 춤을 추며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테크노 음악이 얹어져 춤과 소리가 섞이고, 과거와 현재가 섞여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감각을 전하려고 한다. <얼이섞다>에서 우리의 ‘얼’이 섞여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로 소통하는 ‘우리의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경북 ‘객귀물리는소리’, ‘나무꾼신세타령-어사용’, 경남 ‘치마노래’, 경기 ‘통나무목도소리’, ‘물푸는소리’, ‘밭가는소리’, 강원 ‘목도소리’, ‘베틀노래’, ‘멸치잡이소리’, ‘똥그랑땡’, 충남 ‘엮음아라리-코타령’, 전남 ‘모찌는소리’ 등 신작에서 다양한 ‘우리의 소리’를 만날 수 있다. 원초적인 감각을 깨울 수 있는 소리를 찾기 위해서 2만여 곡을 들으며 선곡하였다. 반복하는 구음이 많은 노동요가 주를 이룬다.


향토민요는 일상의 노래이고, 마을 단위의 공동체 기반으로 생겨난 자급자족적 문화이다. 고기를 잡으며, 밭을 갈며, 베를 짜며 노래했다. 그렇기 때문에 민요는 그것 자체로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 지금의 방식대로 놀이하고 노래하며 재창작되어야 한다. 그것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배동 연습실에는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무용수들의 거친 호흡소리가 가득하다. 앰비규어스는 연습량이 많기로 소문이 난 팀이다. 움직임은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무용수들의 몸에 쌓여간다. ‘우리의 소리’ 어르신들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짙은 삶의 질감을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무용수들의 ‘노동’이 노동요와 함께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제공


‘몸의 언어’에 집중하는 앰비규어스의 공연은 무대 디자인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춘천, 고양, 포항, 천안의 지역 4개 문화재단과 새롭게 만나는 무대, 의상, 조명 디자이너와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협업으로 제작된다. ‘우리의 소리’에서 시작된 음악은 테크노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며, 무대, 의상, 조명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클럽을 만들어 내어 색다른 미장센을 그려낸다.


신작 <얼이섞다>는 11월 12일~13일 춘천을 시작으로, 11월 19일~20일 고양, 11월 25일~26일 포항, 12월 3일~4일 천안의 관객들과 만난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했던 관객들의 마음에도 잠자던 흥과 신명이 깨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하나의 바람이 더 있다면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관객의 입에서 흥얼흥얼 우리의 소리가 불리며, 전통이 현재와 만나 미래를 그리는 작업이 되었으면 한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예술 공동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얼이섞다> 공연 일정

11월 12일~13일 춘천문화예술회관

11월 19일~20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11월 25일~26일 포항문화예술회관

12월 03일~04일 천안예술의전당

#MBC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향토민요 #테크노 #최혜원 #김보람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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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수경
이수경은 음악과 연극을 공부하였고, 공연예술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에서 예술적 경험이 좋은 토대가 되길 바라며,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삶이 즐거워 음악친구들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이메일] sukyunglee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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