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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지역 미술세계로 진입하기
제14호 지역 미술세계로 진입하기_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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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미술 현장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미술의 경계가 희미해진 오늘날, 미술은 시각적인 것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미술세계 혹은 미술현장이라는 표현들은 미술을 전문적인 영역, 즉 여전히 협소한 범위로 한정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역 미술의 상당히 많은 영역들을, 의도치 않게, 소외시키기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확장된 영역까지 너무 충실히 이야기하다 보면, 수많은 개별 미술현장의 끝없는 나열에 불과하게 되거나, 결국 미술의 지역성이나 전통, 미의식과 관련된 일반론만을 되풀이하게 된다.


기획전과 초대전으로만 운영 중인 공간시은도 이제 곧 10년차가 된다

최근에는 지역청년 작가들의 전시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데 단순 초대전 형식을 벗어나기 위한 고민들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지역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보라는 요구로 이어지거나, 누칼협(누가 그걸 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 그럼 하지마를 줄인 신조어)의 조롱을 듣기도 한다. 결국 서울로 가거나 다른 일을 하거나, 좀 더 경제적인 작업을 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이 남는다. 반복된 비판일 뿐이라는 지적들만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헌신해온 지역 미술계 내부의 동료에게 남을 상처까지 고려하다보니 결국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조심스러움은 잠시 넣어둘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힘없는 격려와 영혼 없는 기대가 뒤섞인 축사 대신, 변화의 흐름들이 발견되는 현장의 가능성들에 이야기해야 한다. 지역의 미술 현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개적으로 공유되는 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오늘날, 이제는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없이 발언하고 봐야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공유가능한 디지털 환경이라지만, 지역미술인 개인 계정의 목소리는, 쉽게 휘발되거나 이내 다른 업로드에 떠밀려 가기 쉽다. 결국 미술세계의 목소리는 얼마나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눌렸는 지가 아니라, 얼마나 지역미술인과 관객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지에 따라서 전달된다. 이번 호는 그러한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들을 담았다.


먼저 이번 호는 미술현장을스스로를 미술인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활동 범위로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의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나이든 경력이든 그 범위가 상당히 모호하지만, 청년/신진 미술인들의 활동에 대한 목소리를 우선 담았다. 이는, 또다시 세대를 갈라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지역의 관객들에게 미술현장에 진입하는 예술인의 현장이 지역의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신진작가 홍보 마케팅 지원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지난 4일 김진주 독립기획자

박예원 ACC 학예사와 함께 참여작가 고지은의 작품에 대한 공개 크리틱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공간시은 제공


이를 위해서 개인의 작품활동과 함께 지역에서 전시의 기획과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작가 한준의 글을 통해, 지역 청년미술인들로 이루어진 창작그룹의 활동을 소개한다. 창작자인 작가로, 협업자인 기획자로서 활동 중인 신진 작가가 경험한, 청년작가들의 연대방식이 지역의 현장에 미칠 변화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는 기회다. 또 전북지역의 대학들에서 사라진, 미술이론을 타지역에서 전공하며 지역작가 연구사업에도 참여 중인 조재휘의 글을 통해 전북특별차지도립미술관의 <전북청년 전>을 리뷰한다. 누가 왜 선정되었는지보다는 지역의 미술관이 선정된 청년작가들의 전시를 어떠한 태도와 의도를 갖고 기획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둔 글에서, 지역 청년작가의 활동에 필요한 공공 미술관의 역할을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다음으로 언제나 지적되어온 지역미술 시장의 협소함과 현장 전문성의 부족에 대해서도 다뤄보았다. 미술 현장에서의 지속 가능성, 다시 말해 미술인으로서의 생존에 대한불안감은 지역과 시대 그리고 세대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존재해왔지만, 미술시장과 기획자에 대한 문제는, 특히 지역의 신진 예술인들에게, 이를 더 증폭시켜온 부분이 있다


먼저 시장성 문제는 옥션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정태희 경매사의 글을 통해 미술 시장의 현재를 간단히 짚어보고, 앞으로의 지역 미술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지역 작가나 관련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미술시장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시장 전문가의 현실적인 조언들이 담겼다. 전문성 문제는 전시 기획, 전시공간 운영, 비평, 시장, 제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지만, 전시기획에 대하여 접근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의 김다이 큐레이터, 교동미술관의 박진영 큐레이터 그리고 서학동 사진관의 한준 객원 큐레이터와 함께 좌담을 진행했다. 젊은 기획자들이 지역 미술 현장에서 경험한, 관객과 지역미술인들의 기획에 대한 인식과 그 변화에 대하여 토론을 나눴다. 사실 동시대 미술 전시에서 기획자/큐레이터의 역할은 계속해서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북지역은 이러한 흐름들로부터 상당히 거리가 있어 왔다. 좌담을 통해 늦게나마 현장에서 인식의 변화들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소소하지만 연대를 통한 더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지역의 한계들을 비평적 대안으로 삼고 변화하는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획자/큐레이터의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해본다.


그동안 대도시의 미술관과 갤러리 근처에서만 서성였던 이들, 그리고 지역의 미술 현장이 낯설어 주저했던 이들이 점점 더 많이 함께하는 지역의 미술현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호를 통해서 그들에게, 미리,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누칼협 #미술현장 #시장성 #옥션 #전시기획 #온전
 섬네일 파일
필자 채영
채영은 현재 전주에서 갤러리 공간시은을 운영 중이다. 경기대학교에서 전자물리학과 미술경영을 복수전공 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미술이론 석사를 졸업했다. 공간시은에서 2015년 이건용 초대전을 시작으로 동시대 회화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를 약 30여 회 기획했다. 현대미술 칼럼을 전북도민일보와 전북중앙신문에서 연재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동시대 미술작품에 대한 글을 쓰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한다. 또한 지역에서 전문적인 전시공간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pacesieon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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