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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창작, 전시, 체험, 교육, 교류 그리고 새로운 실험과 시도 - 전주의 시각예술 공간들
제11호 전주의 삶, 전주의 예술_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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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시각예술 활동은 어디에서 진행되고 있을까. 시각예술의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예술 활동은 결국 창작과 전시의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지역에서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전시하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전북도립미술관이나 팔복예술공장이 먼저 떠오른다. 사립으로 운영되는 공간으로는 우진문화공간과 교동미술관이 있고, 그밖에 공공기관이나 재단, 병원 등이 자체적으로 전시실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과 전시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전시 규모만 생각하면 전북예술회관이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획 전시도 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개인미술관과 화랑에서도 지역작가들의 창작 결과물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지역 단위로 확대하면 다양한 문화, 전시공간이 있는 한옥마을이 있고,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모여있는 서학동 예술마을이나 지역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문화 행사들이 자주 열리는 서노송예술촌도 꼽을 수 있겠다. 작가 개인이나 소그룹들의 창작공간뿐만 아니라 작가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간들도 있다. 팔복예술공장, 동문창작소 등은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작가의 창작공간을 관객들에게 개방하기도 한다. 한편 전문적인 전시공간이 부족한 지역에서 카페와 같은 상업시설과 함께 운영되는 도심의 전시공간들도 순수시각예술 전시의 빈도와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북도립미술관 아티스트 토크 전경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이제 온라인 접속만 가능하다면 스마트기기와 소셜미디어을 통해 시각예술작품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다. 전시 경험만을 제공하는 물리적 공간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대형 전시공간들은 관객으로부터 참여형 프로그램이나 교육프로그램,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더 많은 경험을 요구받는다. 관객들도 하나의 전시를 보기보다는 복합문화공간을 찾거나 전시공간이 밀집된 지역을 찾아간다. 지도앱을 따라 전시장을 옮겨 다니고 그 사이사이 카페나 맛집 등 주변 공간들을 방문하면서 복합적인 문화 체험을 원한다. 그리고 이를 소셜계정을 통해 공유하고 또 그러한 계정들을 퐐로우 하면서 다음 공간을 찾아나선다.


이 흐름 속에서 지역 내 시각예술 공간들은 전문성과 기획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복합성을 먼저 내세워 전시공간으로서의 정체성만 모호해지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소규모 공연이나 단발성 강연, 체험 프로그램들이 전시와 뒤섞이면서 오히려 기획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전문인력 부족과 지역 관객의 부족으로 인해 프로그램 지속과 유지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한 지역은 대관사업으로 운영되는 전시공간들의 비중이 높아 전업작가들과 생활미술인, 미술애호가들의 전시에 대한 구분이 느슨하게 운영되는 예술공간들도 많다. 지역 관객들에게 다양한 활동 영역의 전시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지만 미술전시공간의 권위와 전문성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종종 지역의 관객으로 하여금 지역에서의 전시기획과 작품들의 예술적 성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뜻밖의 미술관 전시 전경  Ⓒ채영 제공


이러한 지역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종종 거론되는 것이 예술마을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서학동 예술마을'은 이제 관광 상업지구가 되어 버린 한옥마을에서 각자의 이유들로 인해 이 동네로 이동한 작가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덕분에 이곳이야말로 순수미술과 생활미술, 전시공간과 창작공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지역문화의 독특한 모습들을 드러내기에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각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작가들이 자신의 창작공간을 책방이나 찻집, 게스트하우스, 상점이나 갤러리 등과 함께 운영하며 지역을 형성한다. '서학아트스페이스'나 '서학동 사진미술관'처럼 지속적으로 시각예술전시를 운영해 온 공간도 함께 있다. 바로 옆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규모는 작지만 지역작가들의 자료도 함께 볼 수 있어 '예술마을'이라는 전시공간의 아카이빙실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나의 공간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 앞서 지적한 지역의 전시공간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마을 전체가 메꿔나간다. 마을이 창작공간이자 전시공간이며 복합적인 문화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지역의 문화예술마을은 순수예술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이는 구성원들의 예술적 성과보다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들이 더 주목받거나, 이들의 활동이 시각예술전시보다는 예술가의 운영공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마을은 지역 관객들에게는 관광지역이나 지역문화운동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문화예술의 새로운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즉 이미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이 밀집해 형성된 지역에 새롭고 실험적인 창작시도들이 이어질 수 있다면, 효과적으로 그 영향력이 전달될 수 있다. 지역미술 문화란 그런 곳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옥마을과 서노송동예술촌에서 지역작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지는 'Plan C', '뜻밖의 미술관'의 전시를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운영 기간도 주체도 방식도 상이한 두 공간이지만 그곳의 실험적인 시도들은 모두 지역문화사업의 상징적 위치에서 지역의 시각예술 문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소금공방 작업실 전경  Ⓒ소금공방 제공


또한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지역 내 시각미술계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고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현재 전주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창작지원 공간은 아무래도 팔복예술공장일 것이다. 창작활동과 전시 외에도 교육과 문화 행사가 함께 이뤄지는 팔복예술공장은 특히 지역 내외 작가들의 교류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작가들은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공모, 지원사업, 전시 등 창작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교환한다.


이곳 바로 옆에 위치한 '소금공방'은 지역의 창작공간 중 흥미로운 사례다. 소금공방은 가구나 집기 등을 제작하는 공방이자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로 운영되면서 동시에 공예와 디자인, 순수시각예술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들이 만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 김심정 공방장은 팔복예술공장에서 교육프로그램과 워크샵을 진행하고 창작스튜디오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전시 연출에 필요한 목공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파트너인 박수지 작가는 팔복레지던시 입주 4기로, 둘은 협업을 통해 뉴질랜드와 호주의 교육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에도 종종 참여하고 있으며, 이후에는 대안공간 운영도 계획 중이다. 이들의 공간은 운영 특성상 아직 지역에서의 영향력이나 인지도는 적은 편이다. 다만 지역의 창작레지던시와 영향을 주고받은 개인의 창작공간이 지역에서의 교류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해외 기관들과도 직접 연결되어 활동을 이어가는 독특한 사례다.


개인적으로 지역의 문화는 창작 지원프로그램을 통한 지역 내외의 교류나 지역예술인들이 결성한 단체의 활동뿐만 아니라, 예술인 마을이나 소금공방의 사례와 같은 창작공간들의 문화가 더 다양하게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형 이벤트가 아니라 새롭게 생겨나는 창작문화에 지역의 예술가들이 영향을 주고받을 때 독특한 예술적 성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러한 성과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동시대의 '지역문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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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채영
채영은 현재 전주에서 갤러리 공간시은을 운영 중이다. 경기대학교에서 전자물리학과 미술경영을 복수전공 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미술이론 석사를 졸업했다. 공간시은에서 2015년 이건용 초대전을 시작으로 동시대 회화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를 약 30여 회 기획했다. 현대미술 칼럼을 전북도민일보와 전북중앙신문에서 연재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동시대 미술작품에 대한 글을 쓰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한다. 또한 지역에서 전문적인 전시공간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pacesieon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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