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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문화안전망의 개념과 생겨나는 필요들
제7호 문화 다양하고도 모호한_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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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안전망(the cultural safety net)’이란 "문화권에 기반하여 모든 국민이 문화 향유에서 창조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문화 활동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서비스 기준을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부재 시 예상되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망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문화안전망이 부재할 경우, 사회적 기반이 취약해서 국민들의 문화권에 대한 최소기준이 충족되지 못하는 사회적 안전(safety)의 문제, 외부 환경적인 변화나 재해로부터 발생하는 위기상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security)의 문제,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자원이 불안정하고 그 기회와 환경을 예측할 수 없거나, 창작자나 관련 종사자들이 그 활동과 관련하여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받지 못해 불안정성이 존재하는 안정성 (stability)의 문제 상황 등이 있을 수 있다.


문화안전망의 최소기준은 "문화권에 기반한 국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문화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문화적인 권리로 '이 정도는 누려야 한다', '예측 가능하게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와 같은 기준선을 설정하는 것이 곧 문화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이다. 물질적 차원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뛰어 넘어 문화적 차원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고려되는 셈이다. 문화안전망은 향유에서부터 창조적 활동의 이르기까지 문화 활동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서비스의 기준을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말하기도 한다.


국가 단위에서 이야기하자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지만, 좁혀 말하자면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 그룹, 팀 등 다양한 공동체가 그 생태계의 구성원들과 함께 약속하고 기준을 정한다면 그것 또한 문화안전망의 개념이 될 수 있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개인들, 그룹들, 공동체들, 사회들 간의 신뢰, 우정, 사랑, 정체성, 공감 등의 가치들이 증진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에 대한 향유활동이 창조적 활동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만족과 기쁨이 공감능력을 확장하고 인식능력을 신장시켜 사회적 연대나 공 동체적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는 문화 활동의 사회적 가치나 역할이 문화안전망에서 반드시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에서 실업수당 수혜자에게 박물관 등 문화시설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문화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가능한 제도적 지원이다.


벡(Ulrich Beck, 1998)의 표현에 따르면, '오늘날 현대사회가 겪는 지구화, 개인화, 고용감소와 생태 위기'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개인적으로 더욱 파편화되어 사회적 신뢰나 공동체 의식, 그리고 문화를 형성해 가는 토대를 갖추기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다. 바로 이런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적 감수성을 증진시켜 문화적 공감 능력, 구성원들 간의 이해와 소통을 원활히 하게 만들어 보다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존재론적 안정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문화의 발견이기도 하다. 정신적 지지를 통해 문화의 회복력 및 치유의 성격이 문화안전망의 시스템에서 작동되고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 단위가 반드시 국가단위가 아니어도 되며, 오히려 지역이나 공동체를 통한 정신적 지지망의 역할이 문화안전망의 체계에서 어떻게 작동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향유적 문화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 활동을 포함한 창조적 문화활동을 위해서 필요한 기준이나 근거도 필요하다. 개인이 문화분야의 전문가나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창작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 필요한 지원과 체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창작권 보장을 위해 콘텐츠 불법 유통과 불공정거래 관련 관리나 감독, 저작권 보호, 그리고 성희롱 및 성폭력 관련 인권기준 등이 설정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생태계 구축을 위해 문화창작 기반과 종사자를 위한 최소기 준과 적정기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문화분야 종사자들의 기본일자리나 소득보장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있어왔고, 관련 법제의 정비나 제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문화안전망의 틀 안에서 이들을 위한 최소기준과 적정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건전한 문화생태계 구축을 위한 문화콘텐츠 유통과 공정성 기준을 어느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는가? 법적 제도 정비와 함께 현장에서 공정한 환경을 만들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실행기준안은 어떻게 제시되는가?


다행히 현장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와 대화의 장들이 마련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0월 서울문화재단 예술청에서 진행한 ‘예술청 안전망 아카데미’는 예술인들의 자력화, 역량강화, 창작활동을 더 자유롭게 하고 안전한 예술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주제별 특강을 진행한 바 있다. “고유한 내가 나로 존재하며 표현하기 위해 무엇이, 왜 필요한가? 예술인으로 살고, 창작하고, 노동한다는 것은 나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질문으로 던져두고 사회적 안전망 연관 주제 중심으로 경험 기반 당사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교류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특강을 진행했다. 주제로서 퀴어, 페미니즘, 복지, 정책, 기후위기 등이 키워드로 다뤄졌으며 다양한 창작 사례와 예술 활동이 예시로 제시되었다.


지금, 여기 내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안전망은 무엇일까? 나의 문화생태계에 필요한 약속과 기준은 무엇인가? 문화는 왜 기본권이어야 하는가? 2023년에는 문화안전망에 대한 더 다양한 논의와 합의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 시대의 화두는 ‘안전’에 대한 재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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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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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웹진 《온전》 편집부
[이메일] jjcf_run9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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