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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시장의 뿌리, 지역 미술의 활성화와 필요성
제14호 지역 미술세계로 진입하기_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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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시장의 최근 흐름

2020년은 미술시장에 기이한 변곡점이 만들어진 해였다. 한국 사회는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코로나 19 질병으로 인해 사투를 벌였으며, 그 영향은 비단 의료 체계의 붕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2020년 상반기에 찾아온 사회적 혼란은 연이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치달았다. 경제적 위기의 해법은 다양한 지원금 및 보조금,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증대 등으로 연이었고, 침체된 시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부흥 정책으로 확장됐다. 그해 하반기는 현금 자산의 확보 및 가상 자산, 부동산, 주식 투자 등을 바탕으로 한 신흥 자본가들의 등장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손길은 명품을 넘어 미술품 구매까지 확장됐다. 2015-18, 글로벌 미술시장의 완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던 단색화시장 열풍 이후,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훈풍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 19 기간에 만들어졌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국내 확장과 지역 미술

2020-22년까지 이어진 한국 미술시장의 중흥기의 담론은 크게 세 개의 특징으로 꼽아 볼 수 있다. 첫째, 언론에서 주로 언급하는 MZ컬렉터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과거 앞선 컬렉터 층과 달리 국내외 미술 전반에 대한 학습과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 작가 그리고 국내에 아직 덜 알려진 해외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둘째, 다양성이 확보된 시장으로의 변화이다. 앞서 언급한 단색화 시장은 전후 1960-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태동 이후 발현된 단색조 계열 평면회화가 오늘날 시장의 필요에 의해 자리 잡은 개념으로 유행의 흐름을 만들었다. 다만 2015-2018년도의 단색화 시장은 오롯이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정상화 등 메이저 화랑들이 주로 다루던 단색화가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구성되어 한국 미술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삼키게 했다. 하지만 근래 한국 미술시장은 단색화가 뿐만 아니라, 김구림, 이건용을 비롯한 실험 미술작가들 그리고 서도호, 양혜규, 이불 등 해외를 근간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의 시장 내 활약도 돋보였다. 셋째, 해외 미술품 및 해외 갤러리의 국내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젊은 컬렉터들의 활동은 자연스레 해외 작품들의 국내 수요 증대를 만들었고 다양한 해외 갤러리들이 강남, 용산 등을 중심으로 자리하게 된 원인이 됐다. 다만 이러한 시장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미술시장의 미술사적 담론 수용과 각 지역별 활동 작가들에 대한 논의는 부재했다. 어쩌면 시장의 참여자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수 있지만, 시장 공급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이들이 국내 미술시장 저변을 두루 살피며 한국 미술계의 풀뿌리인 지역 미술계의 시장 확대에 신경을 썼는지는 다소 미지수이다.


 

근래의 한국 미술 시장에는 다양한 변화의 흐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옥션 제공

 

지역 미술 시장과 담론의 부재

10여 년 넘는 시간 동안 미술시장에 몸담으며 한국 미술계에 영향을 주고받는 지역 미술 담론은 실상 부재했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미술 정책 기관의 염원과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한 화랑들의 역할론에서 지역 미술 들여다보기는 챙겨야 할 담론이 아니었다. 물론 작가에 따라서 작업의 결과물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던 지역성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되긴 했다. 예를 들자면 금년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로 세계 미술계에 주목을 받은 이배의 경우, 그의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달집태우기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작업의 근간 지역이 알려지긴 했다. 서울 삼청동에 자리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의 작품 역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도 지역성은 존재하는데, ‘을 주제로 한 그의 설치 작업은 부친 산정 서세옥과 함께 살던 한국의 전통가옥 한옥을 모티프로 관객으로부터 한국이라는 큰 범주의 지역을 상상케 한다. 세계 미술계에 현재 주목을 받는 작가들은 서구 주류 미술계가 바라보는 한국적또는 오리엔탈적인 개념의 지역적 관점 만이 통용될 뿐, 세부적인 한국의 지역 미술의 역사나 계보 및 담론 등을 주제로 하지 않는다. 하물며 전북지역 군산대에서 교수를 역임한 이건용의 경우도 2019년도 이전까지 미술시장과는 과거 거리가 멀었기도 했지만, 그의 작업세계를 조명할 때 전북 지역의 미술 담론과 궤를 같이하지 않았다. 물론 한 작가의 작업의 개념이 지역 미술계와 긴밀한 연계성 및 토대로 이야기 하긴 어렵다. 또한 한국의 경우 글로벌 미술시장에 내세울 작가, 담론을 그룹핑하기 위한 명분 하에 펼쳐진 여러 노력들은 대다수 서울을 근간으로 한 주요 미술관, 화랑 또는 경매 회사 등이 주도했고, 이와 연관되어 컬렉터 혹은 대중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흐름이 이어졌다

필자는 전라남도 미술시장의 주요 지역인 광주광역시 금남로 부근 예술의 거리를 종종 찾곤 한다. 최근 광주비엔날레의 개막과 함께 오랜만에 다시 들려본 그곳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담론을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미술 축제의 현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몇몇 화랑주들은 여전히 그 지역의 미술시장은 호남지역 출신 또는 해당 지역 미술계의 원로, 지역 대학 출신 교수들의 작품만이 간간히 거래될 뿐이라고 하소연을 하곤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지역 작가들을 컬렉터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도 있고, 작가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기보다 더 큰 시장인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위해 그 지역을 떠난 것도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해당 지역 미술시장의 이야깃꺼리들은 여전히 근대기 동양화단으로부터 이어지는 일부 고미술품, 또는 근대기 구상 회화를 배경으로 한 정물 회화에 멈춰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실상 다른 지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형국이다.


미술시장 다양성 확보를 위한 지역 미술계의 역할

2021년도 한국 미술시장의 거래 규모는 9000억을 넘었고, 2022년에는 꿈에 그리던 1조 미술시장을 달성했다. 통상 2020년도 이전 미술시장 규모가 3000~4000억 원을 맴돌던 시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시장 규모의 성장이 이뤄졌다. 다만 규모의 성장, 즉 금액적 성장이 작가와 미술시장의 담론이라는 질적 성장까지 동반됐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시장 변곡점을 지난 2023년도 이후 한국 미술시장의 주요 작가들은 여전히 이우환, 박서보,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한 국내외 블루칩 작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 여전히 한국 시장에는 새로운 작가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컬렉터들의 선택에서 편협한 시장임을 반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향후 한국 미술시장이 원하는 글로벌 미술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배경의 작가 발굴, 교육 등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미술시장의 자본의 흐름은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옥션의 회원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컬렉터들이 비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고 구매력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이들 다수가 서울 중심의 주요 화랑들이 다루는 작가와 해외 시장에 알려진 작가들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각 지역 미술계의 역할이 줄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에게 그 지역 현장의 매력이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역할이 지역 화랑과 지역 문화재단 및 지역별 국공립 미술관들이 해야 할 일들로 보인다. 여전히 한국 미술계는 화랑, 경매 회사를 중심으로 한 시장과 비영리 기관이나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아카데믹 미술계를 구분 짓는 경향이 남아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길을 해외로 돌려보면 시장 미술과 아카데믹한 미술계가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전주에 위치한 공간시은에서 열린 이건용 작가 개인전은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와 함께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다. 공간시은 제공

 

지역미술계를 넘어 시장의 확장을 위한 노력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기관들이 있고, 지역 문화재단들은 팔복예술공장처럼 지역을 근간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전시를 알리는 노력으로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앞선 노력들이 있음에도 서울에서 느끼기에는 지역 작가들의 활동 소식이 가까이 닿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인지 몇 해 전부터 몇몇 지역 문화재단들이 서울옥션과 협력 등을 위한 사업 제안을 해 오거나, 조금 더 작가들을 알리기 위해 서울지역 주요 미술기관과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는 지역 미술의 담론이 지역에만 머무르거나, 지역 미술을 근간으로 하는 작가들을 들여다보지 않은 주요 미술계의 역할 부재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점차 소멸되어가는 지방대학들의 미술 교육의 역할 역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논의되어야 할 주제이다. 짧게나마 전북 미술계에 제언을 하자면, 지속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의 후원은 금전적 지원 사업뿐 아니라, 작가 및 작품의 홍보와 서울 또는 해외 갤러리, 미술관과의 연계 사업도 필요하고 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경우 한국의 작가들을 해외 주요 미술기관 큐레이터, 기관장 및 인사들에게 알리고 그들과 한국 작가들의 연계를 위해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적지 않은 예산과 지원으로 한국 작가의 세계 진출을 위한 노력인 셈이다. 지역 미술계로 다시 눈길을 돌리면, 차근차근 다시 단계를 밟아야 한다. 지역 미술관과 문화재단은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알리기 위한 기획을 지속해야 하고, 또한 과거 이건용의 사례처럼 중진 및 원로 작가들 가운데 그간 조명 받지 못했던 작가들을 주류 미술시장에 소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지역 컬렉터의 성장과 함께 그들이 지역 미술시장에 애착을 갖기 위한 지역 미술시장의 노력도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컬렉터들은 어느 지역에 자리하고 있던 다양한 리서치와 스터디를 통해 본인들이 제안받는 작가가 정말 경쟁력이 있는지를 따진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 지역 작가이니 작품을 사야 한다는 논리는 젊은 지역 컬렉터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지역에 기반을 둔 설득보다 작품성과 전망, 향후 미술시장 내에서의 발전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며 컬렉터들과의 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서울지역의 경우, 갤러리 및 미술기관들이 자신만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한 모객 뿐 아니라 본인 손님들의 관리를 위해 다양한 교육, 모임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화랑들의 경우 고객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작가와의 만남, 식사 모임, 구매/재판매 상담 등)를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 미술지원 공공기관들이 지역 갤러리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지원정책 마련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마무리를 하며 지역 미술 시장도 조금 더 분발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보며, 그 결과로 한국 미술시장이 지역 풀뿌리 미술로 인해 다양한 작가들의 생태계가 조성된 시장으로의 확장을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지 않으면, 지역미술계의 매력은 점차 떨어져 지역 컬렉터들이 지금과 같이 점점 서울, 홍콩, 도쿄 등 아시아 주요 중심 미술 현장으로만 발길을 향하는 우려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MZ컬렉터 #갤러리 #미술시장 #팔복예술공장 #서울옥션
 섬네일 파일
필자 정태희
2014년부터 서울옥션에 재직하며 미술품경매 관련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현재는 경매사업팀 팀장 및 경매사를 맡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예술전문사 석사과정을 거쳤으며, 학부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한국 근대 및 동시대 현대 미술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미술시장의 확장 속 한국 미술시장의 역할에 주목하며 시장경제 아래 미술시장의 흐름과 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메일] jth2319@seoul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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