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을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합니다. 실제 2022년 12월 1일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챗GPT(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를 공개한 이후 우리는 그 위력을 예술창작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마법’의 경험입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한 영국의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의 전언에 기댄 통찰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속는 시대를 사는 것입니다. 《온전》 10호는 ‘생성형 AI 시대의 예술창작’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예술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을 모시고 실제 예술창작의 경험과 생성형 AI 시대의 다양한 전조(前兆)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제10호 기획 좌담 Ⓒ권가은 제공
Prologue_ 인공지능 시대, 모두 안녕하시지요?
김정배(본지 편집위원, 이하 김정배) : 《온전》 10호의 주제는 ‘생성형 AI 시대의 예술창작’입니다. 오늘 좌담에서는 실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경험하는 혹은 바라보는 생성형 AI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좌담 앞서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이후 생성형 AI 시대에 어떻게들 지내고 계시는지 자유롭게 근황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오늘 좌담의 진행을 맡은 김정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송지연(영화·드라마 작가, 감독, 제작자) Ⓒ권가은 제공
송지연(영화·드라마 작가, 감독, 제작자, 이하 송지연) : 안녕하세요. 송지연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다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미술팀에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하러 갔고요. School of Visual Art에서 영화연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 프로덕션 회사 ‘Almost Always’에서 프로듀서 겸 예술 감독으로 일하다가 요즘은 영화 작업 시나리오로 작성해 놓은 대본을 OTT(Over-the-top)화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올해 기획 개발하는 드라마가 두 편 있고, 현재는 초안이 거의 작성된 상태라, 투자받기 일보 직전입니다. 예상 자본은 한 400억 정도인데요. 내년에 잘 되면 미국에서 드라마 촬영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저는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다양한 작가들하고 함께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하고 있는데, ChatGPT나 뤼튼(WRTN) 같은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관련 이미지 생성이나 영화나 드라마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 중인 상태입니다.
김동식(소설가) Ⓒ권가은 제공
김동식(소설가, 이하 김동식) : 제 차례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초단편 소설을 쓰고 있는 김동식 작가입니다. 최근에 그냥 글 쓰고, 강연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사실 인공지능이나 ChatGPT 같은 개념이 제 일상과는 그렇게 가깝게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오늘 기획 좌담의 주제를 두고 제가 별로 할 얘기가 없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듭니다. (모두 웃음)
송지연 : 초단편 소설이라면 어떤 거예요?
김동식 월드라 불리는 초단편 소설집들 Ⓒ김동식 제공
김동식 : 초단편이라고 하면, 보통 일반적인 단편보다도 더 짧은 형태의 글을 말해요. 분량으로 치면 200자 원고지 20~30매 정도. 사실 ChatGPT가 모방하기에 가장 좋은 글의 구조와 분량의 소설이에요. 그래서 실제로 모 기업 쪽에 저를 한번 불러주셨어요. 인공지능이 한창 쟁점화되었을 때…, 돌려 말하긴 했지만 ‘작가님의 소설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도 되겠느냐. 가장 어울린다.’였죠. 이런 권유를 받고 고민을 되게 많이 하다가 ‘내가 글 쓰는 작가들 전체를 대신하여 총대를 멜 수가 없다.’라고 판단했어요. ChatGPT가 소설가를 위협한다는 얘기가 한창 나오던 시기였기 때문에 공공의 적이 될 것 같았지요. 그래서 그 요청을 거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상욱(작곡가, 오후의 재즈 DJ) Ⓒ권가은 제공
이상욱(작곡가, 오후의 재즈 DJ, 이하 이상욱) : 저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 활동을 하는 이상욱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여기 태어나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세상이 너무 어색하게만 느껴지고….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신비한 이야기들에 깊게 빠져 있었습니다. 때마침 인공지능이 수면 위로 가시화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내가 바라던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김정배 교수님이 오늘의 기획 좌담의 취지를 설명하시면서 영국의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저는 정말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진보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될 수 없다는 그 얘기가 저한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지요. 그래서 인공지능이 처음 언급된 당시부터 저는 굉장히 설레는 마음으로 인공지능의 매력에 빠져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정배 : 이상욱 님은 제가 알고 있는 진정한 인공지능 시대의 오타쿠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송지연 : 시대를 잘 만났네요. (모두 웃음)
실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김정배 : 생성형 AI는 창작자가 요구하는 대로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 원하는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뜻하지요. 데이터로부터 콘텐츠나 사물의 주요 특징들을 학습해 원작과 유사하면서도 새롭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생성형 AI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 또 얼마만큼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지연 감독의 영화 <버블걸_BUBBLE GIRL> Ⓒ송지연 제공
송지연 : 저에게 인공지능이라는 세계는 일종의 ‘버블’(Bubble) 같아요. 일례로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촬영한 단편 영화가 있어요. 제목이 <버블걸(Bubble Girl)>이에요. 간단하게 영화의 시놉시스를 소개해 드리면, 뉴욕의 한 외톨이 어학 연수생 송이가 있는데 그녀는 방을 구하는 척하며 집들을 보러 다녀요.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물건들을 그 집에서 하나씩 훔쳐 와 서랍장에 보관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버블걸>은 자기만의 작은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을 가진 소녀를 뜻해요. 동시에 어떤 상황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려는 한국 유학생의 정착기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지요. 저는 이 <버블걸>이 마치 인공지능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정배 :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감독님의 영화 속 ‘버블’과 우리가 지금 마주한 인공지능의 세계가 상당 부분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갇히든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가두든지…. 자기만의 관계법을 학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송이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한 것 같습니다. 곁에 계시는 김동식 작가님은 요즘 더 바빠지셨지요. 쓰신 소설들이 하나둘씩 해외로 번역되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어느 나라지요?
김동식 :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대만입니다.
김정배 : 글을 쓰는 작가에게 번역의 문제는 매우 예민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앞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작가님은 생성형 AI, ChatGPT를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주변에 있는 작가들의 사례 혹은 작가님이 실제 체감하고 있는 정도를 소개해 주셔도 좋습니다.
김동식 : 초창기에 처음 ChatGPT가 오픈되었을 때, 사실 저도 써봤어요. 화제가 많이 됐기 때문이죠. ChatGPT에 시켜볼 건 다 시켜봤죠. 진짜 ‘알아서 소설 써봐라.’ 아니면 ‘단서를 줄 테니까 써봐라.’, ‘내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테니 써봐라.’ 명령해 보았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봤는데, 정말 글은 되게 그럴듯하게 써요. 문제는 그럴듯하게 쓰는데 재미가 없다는 것이에요. 다만 이 정도 글쓰기면 문장의 완성도 면에서는 대박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떻게 비문이 없지? 어떻게 비문이 없을 수가 있지? AI라서 없나? 나보다 더 잘 쓰네. 이런 생각을 했죠. 하지만 이야기 구성 자체가 너무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한 20년 전, 30년 전 작품이었다면 재밌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정도 수준이에요. ChatGPT로 아직은 소설을 쓰면 안 되겠다고 하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하지만 활용도는 있더라고요. 영감의 단초가 되어 준다고 해야 하나요? 인공지능에게 소설을 다 맡기는 게 아니라요. ‘경우의 수를 제시해 봐’라고 했을 때 보통 인간은 사각지대에 있는 생각을 잘 떠올리지 못하잖아요. 인간이 사고능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뇌 구조 자체가 지금 몰입하고 있는 생각밖에 못 하는…. 하지만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제안해 봤을 때 되게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 줘요. 한 번에 여러 가지 숫자를 붙여 요구하면, 1부터 10까지의 경우의 수를 그대로 제공해 주는 거예요. 그때 ‘이 생각은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부분이네’하고 영감의 단서가 되어 주기도 해요. 물론 전제했다시피, 인공지능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쓰기에는 수준이 낮아요. 하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가 필요할 때 인공지능에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만약 아이디어가 떨어질 때가 된다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직은 제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많아서 활용을 잘 안 하고 있긴 하지요. 그래도 언젠가 인공지능에 기댈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2023년 2월 16일 <타임> 표지 Ⓒ타임 제공
김정배 : 김동식 작가님이 매우 중요한 지점을 콕 집어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ChatGPT의 개념을 알 필요가 있어요. 모두 아시겠지만 ChatGPT는 오픈에이아이(OpenAI, openai.com)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에요. 챗(Chat)은 말 그대로 채팅의 줄임말이고, GPT는 ‘Generated’(생성하는, 만드는), ‘Pre-trained’(사전 학습한), ‘Transformer’(트렌스포머)를 의미해요. 이미 언론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ChatGPT는 이미 3,000억 개의 단어와 5조 개의 문서를 학습한 거대언어모델이에요. 김동식 작가님이 지적하셨듯이, 이런 생성형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확률을 통해 예측되는 것이죠. 무려 1,750억 개의 매개변수의 가중치를 바꾸면서 계산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의식은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데요.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확률에 기대어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 사이 혹은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떤 느낌’과 ‘불확실성’에 기대어 글을 쓸 때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보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때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하고요. 이 시대에 글을 쓰는 작가들은 한 번쯤 그 지점을 근본적으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지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화 <버블걸_BUBBLE GIRL>의 한 장면 Ⓒ송지연 제공
송지연 : 우선 저는 ChatGPT-4를 유료 결제를 했기 때문에, 본전을 뽑자는 마음으로 생성형 AI를 사용 중입니다. 기본적으로 한국형 ChatGPT라고 할 수 있는 뤼튼과 오픈에이아이에서 제공하는 ChatGPT를 영화 시나리오 창작의 베이스로 삼고 있어요. 저는 어차피 제 시나리오에 대한 트리트먼트가 이미 나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글의 디테일을 형성하는 데 사용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이번 이야기는 뉴욕에 거주하는 4명의 유학생 이야기예요. 이 전제를 두고 저는 프롬프트 창에 정보를 입력해요. 그다음 제 이야기의 로그라인을 넣고 ‘유학생 한국 여자 4명의 이야기를 만들어줘. 한 페이지로.’라고 하면, ChatGPT는 한 명은 요리 학교에 다니고, 한 명은 뭘 하고 나름 그럴싸하게 캐릭터를 형성해 줘요. 제가 상상한 것과는 다르게. 그래서 이거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저는 더욱 신이 나서 ‘주인공은 교포인데 이름은 뭐로 할까.’라든가 ‘미국적인 이름으로 뭘 해달라’ 하면 그 내용을 또 새롭게 변주하곤 해요. 어떤 사안에 대하여 프롬프트에 구체적인 설정만 잘하면 그에 맞는 만족할 만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제공해 줘요. 결국 글의 마무리는 인간이 해야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사유와 정보를 확장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요즘 ChatGPT를 통해 영어 번역도 자주 하거든요. 그냥 뭐라고 해야지. 인공지능이 번역에서도 되게 빨리해 준달까. 그러니까 그냥 검색엔진을 하는 거랑 바로 얘가 ‘야 이거 영어로 할 때 어떤 뉘앙스로 바꿔줘.’ 이렇게 할 때도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김정배 :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느껴지는 게 있네요. 김동식 작가님은 글의 문장 혹은 표현 자체가 작가의 결과물로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ChatGPT를 소극적으로 대하시는 것 같고, 송지연 감독님은 그 결과물을 다시 영상화하는 작업을 하시기 때문에 더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두 분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눠지는 것 같아요. 제가 맞게 이해하고 있나요?
김동식 : 생각보다 별로다. 그러니까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해서 손이 덜 가게 된 것 같아요.
‘할루시네이션’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김정배 : 이제 이상욱 작곡가님의 말씀을 조금 듣고 싶어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한 사람으로서 생성형 AI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꼭 음악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상욱 : 제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면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증상이에요.
김정배 : 할루시네이션이요?
할루시네이션의 실제 사례, 챗GPT의 답변 Ⓒ챗GPT 제공
이상욱 : 네,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어떤 이야기를 던졌을 때 사실이 아닌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거예요. 시침을 뚝 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서 ChatGPT에 ‘BTS가 평양에서 짜장면을 먹은 일화에 대해서 알려줘’라든지 ‘A라는 뮤지션과 B라는 뮤지션이 스파링을 했다는데 승자는 누구야?’ 하면 정말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만들어줘요. 그런데 저는 사람한테도 이런 증상이 내재해 있다고 생각해요. 분위기나 감정에 못 이겨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얘기들을 할 때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을 하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네요.
송지연 : 이상한 이야기 너무 좋은데요.
이상욱 작곡가가 리더로 활동하는 인문밴드레이 Ⓒ이상욱 제공
이상욱 : 네, 그럼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인 얀 르쿤(Yann LeCun)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이분이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겨요. “거대언어모델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옆길로 새버린 것”이라고요. 세계적인 SF 소설가 테드 창 또한 한 신문에서 “챗GPT는 웹의 흐릿한 JPEG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인공지능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근사치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유익한 정보이긴 한데, 왠지 미심쩍은 그런 기분을 들게 만들어요. 저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니까, 음악에 관한 이야기로 연결 지어 생각해 볼게요. 제가 인공지능의 기능을 제대로 실감했던 시기는 2015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당시 ‘Seaboard’라는 악기에 빠져 있었어요. 이 악기가 정말 특이한 악기 중 하나예요. 그러니까 보통 건반 악기는 누르는 것밖에 표현을 못 하잖아요. 근데 이 악기는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서 비브라토도 할 수 있고, 슬라이딩도 할 수 있어요. 정말 다양한 기능을 가진 악기인데, 제가 한때 이 악기 때문에 기타의 매력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이 악기에 몰입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악기였어요. 영국 Roli사에서 만든 악기인데, 매뉴얼이나 기타 악기에 대한 정보들이 모두 영어로 돼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악기에 대한 정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당시에도 구글 번역을 이용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번역 수준이었거든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굉장히 흥미롭게 감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슈타인즈 게이트〉라는 작품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온갖 음모론 같은 것들을 구글 번역기로 번역하면서 그 음모론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에요. 저는 그 음모론적인 내용보다 구글 번역기로 그것을 번역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허무맹랑했던 거예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다시 미심쩍은 마음으로 구글 번역기를 돌려봤는데 순간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번역을 해주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의 충격을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김정배 : 이상욱 작곡가님은 앞으로 강인공지능이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고 믿고 계시는군요.
이상욱 : 이렇게 답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2015년과 2016년은 막 알파고가 나왔을 때예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이세돌은 패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혹은 인공지능 컴퓨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때 저는 ‘이세돌 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설마 하면서 지켜보았는데, 정말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해버린 거예요. 그때 또 한 번 엄청난 충격에 빠졌죠. 그래서 이 번역이라는 게 인공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우리가 보통 쓰고 있는 것은 약인공지능이잖아요. 그러나 AGI라고 하죠.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강인공지능으로 그 영역을 수행할 수 있는 관문 중 하나가 인간의 깊은 감정과 표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번역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인간의 언어에는 시간, 공간 그리고 촉각, 후각, 시각, 기억 그런 것들이 여러 가지가 녹아 있기 때문에 기계에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예요. 가령, TTE라는 게 있어요. ‘Time To Edit’의 약자인데 기계가 얼마나 인간의 언어를 빨리 이해하고 번역하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이에요. 2015년부터 이 방식을 도입해 측정하고 있는데 사람이 단어 하나를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인데 인공지능은 2.5초라고 해요. 하지만 계속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좁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 번역 속도를 추월하는 시기를 전문가들이 2029년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고 해요. 레이 커즈와일이라고, 아마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어요. 기계가 생물학적인 총집합 즉, 인간의 집단 지성을 초월할 시기를 2045년으로 예상하는데요. 이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출간한 지가 2007년이거든요. 무서운 것은 레이 커즈와일이 책을 출간하기 전인 2007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당시에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서 미쳤다고 얘기를 했어요. 하지만 요즘 인공지능학자들 사이에는 레이 커즈와일이 예언한 ‘2045년도 느리다. 2009년이면 그런 상황이 올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김정배 : 세 분의 이야기를 가만 들어보니까 각각 활동하는 영역이 달라서 그런지 실제 인공지능에 대해 체감하는 정도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문학을 가르치고 또 실제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양가적인 생각을 하게 돼요. 사실 문학은 거짓말을 누가 더 잘하느냐의 장르잖아요. 기본적으로 픽션(fiction)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역으로 생각해 인공지능이 오류를 많이 생성할수록 사실 문학적인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글이 된다는 상상도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단점으로 꼽고 있는 생성형 AI의 오류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이기도 해요. 오늘도 이 좌담에 오기 전에 제가 ChatGPT에 ‘오늘 김동식 작가님을 만날 거야. 김동식 작가님이 누구니?’라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독립운동가라고 대답해 주더라고요. 이후 정보가 더 재미있는데, 김동식 작가님은 독립운동가인데 소설까지 쓴대요. 이런 현상이 문학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매우 재미있는 상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생성형 AI가 기억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크게 우려가 되기도 해요.
송지연 : 맞아요. 저도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할 때 챗봇 창을 쓰는데, 제가 던진 몇십 분 동안 질문을 ChatGPT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다시 중복할 필요 없이 내가 말한 캐릭터들을 실제로 다 인지하고 있는 것이 보여요. 그래서 엉뚱하게도 그 챗봇 창을 안 닫으려고 노력해요. 창이 닫히면 다시 정보를 학습시켜야 할 것 같아서요. 어쨌든 저는 지금 작가와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세상을 만나면서 보조 작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근본적으로는 창작(create)하는 작가는 살아남겠지만, 그 외 보조 작가들이 사라질 것 같은 거예요. 예를 들면 유명 작가의 경우 보조 작가들이 한 10명 있는데, 그 보조 작가들이 각자의 리서치를 다 해다 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진짜 창작(create)하는 작가는 자료만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수집해서 자기만의 생각과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로 정리를 하는 사람이 작가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사람은 끝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많은 AI가 있어도 이걸 최종으로 해서 결론을 내고 이걸 최종(final)이라고 결정짓는 사람이 있잖아요. 헐리우드 영화든, 그냥 책이 됐든. 그게 창작자라는 created by 누구 이렇게 될 거 아니에요. 작가는 그 지점에서 책임감이 형성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지점에서 지금 미국에서 파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미국 작가협회 WGA에서 파업하고 있는데요. 그 파업하는 내용이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과 맞물려 있어요. AI가 쓴 대본 못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협상 조건이 들어 있기는 해요. 이 중에서도 AI도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어요. 실제로도 WGA는 제작사들이 AI를 이용해 작가들의 이전 작품에 기반해 새 대본을 쓸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거든요. 동시에 AI가 생성한 대본 초안을 작가들이 재작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WGA가 내건 협상의 조건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무튼 저는 요즘 느끼는 게, 인공지능에 관한 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체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소비되는 형태가 바뀌면서 이런 지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그런 시대인 것 같아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넷플릭스 사무실 밖에서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이 동반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제공
Epilogue_ 예술가는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김동식 : 송지연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성형 AI 시대에는 룰을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한 일 같아요. 하지만 되게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모든 활동이 기록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제가 ChatGPT를 활용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들은 왜 이걸 무료로 풀었을까? 질문하는 사람들의 질문을 수집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그럼 내가 만약 나의 스토리라인을 제공해서 써달라고 했을 때, 이들은 내게서 하나의 중요한 정보 하나를 가져가는 셈인데. 그렇게 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창작자가 어떤 질문이나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 정말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질문을 프롬프트 창에 입력하는 순간 ‘지식 혹은 지적 재산권을 포기하겠습니다’라는 선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현재 프롬프트 창에서는 무분별하게 질문을 수집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그 부분이 정말 걱정이 돼서, ChatGPT를 활용할 때도 ‘핵심은 빼놓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송지연 : 저도 그 생각했어요. 어떤 특정 창작물에 대한 사용권에 대한 어떤 개념이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지금 동시대의(contemporary) 창작자들은 진짜 내가 새로운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해도 결국 인정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 저 또한 김동식 작가님이 언급한 그런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상이 글이 됐든 그림이 됐든 영화나 음악이 됐든, 그 무엇이든지요.
김정배 : 두 분의 말씀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 문제도 포함되어 있고, 우리는 예술가로서 어떤 정체성을 형성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시대 의식과 문제의식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년 11월 말에 무료로 공개되었던 ChatGPT의 경우도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유료로 전환했지요. 분명 어떤 현상에 대한 전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올 초 3월에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레딧의 게시판에 올린 글도 생각나고요. 그 내용은 “하룻밤 사이에 미드저니 때문에 제 일을 사랑하게 만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였지요. 이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이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고 고백하기도 하는데요. 여기 모인 세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상욱 : 우선 저는 김동식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서는 정말 시대를 잘 아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성찰은 예술가에게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일례로 2022년 4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위터를 인수했잖아요. 가장 큰 이유가 인공지능의 발전, 그러니까 일론 머스크는 X.AI라는 인공지능기업을 설립해서 AI를 만드는 데 큰 강점이 되는 게 트위터라고 판단했던 거예요. 왜냐면 트위터에는 전 세계의 모든 지식인이 글을 올리고 질문을 하며 살거든요. 원래는 오픈에이아이의 ChatGPT가 트위터에 접근해서 그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는데, 발 빠르게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고 차단해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근본적인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인공지능이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인공지능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게 어떻게 보면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김정배 : 요즘 인공지능 관련 뉴스를 보면 뜨는 직업이라고 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자주 언급되곤 하지요. 질문을 잘하는 사람들이 고액의 월급을 받는다는 문구도 헤드라인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머리 좋은 사람들이 프롬프트에 좋은 질문과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까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김동식 작가님의 말씀처럼 좋은 질문을 할수록 그 질문에 맞는 정보를 우리가 알아서 정리해 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쩌면 인공지능과는 다른 생각을 우리 예술가가 습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저는 가끔 ChatGPT에 제 글을 평가해 보라고 해요. 그때마다 ChatGPT가 조금 부정적으로 하는 내용이 있어요. 예를 들면, ‘감성적으로는 좋으나 구조적으로는 어색해’와 같은 부분요. 그럴 때 사실 기분이 좋아져요. 왜냐하면 ‘내가 확률적으로 볼 때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글을 쓰지 않는구나’하는 확신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지요. ChatGPT에 인정받지 않음으로써 작가로서의 개성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끝으로 오늘 여기 모이신 예술가분들은 앞으로 인공지능 혹은 생성형 AI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을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동식 : 옛날에 사진이 등장했을 때 그림 그리는 화가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죽지 않았죠. 약간 바뀌었을 뿐이지요. 어쩌면 점 하나 찍어놓고 몇억씩 하는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다르면 다를수록 대단한 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어쩌면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것이 글쓰기의 올바른 방향이 될 것 같기도 해요. 미래에는 글쓰기를 가르칠 때도 ChatGPT와 얼마큼 변별되는지를 목표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생성형 WEART AI로 재창작한 왼손 그림 Ⓒ글마음조각가 제공
송지연 : 앞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 것 같은데, 어쨌든 저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창작자의 입장에서 그냥 재미있게 해보고 즐기는 그런 태도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이런 시스템에 적응해 가다 보면,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의 문제나 창작자의 어떤 사용권에 대한 이슈도 법률적으로 많이 정비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예술가는 이런 민감함을 지켜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도 괜찮다고 보고요.
이상욱 : 스티븐 호킹 박사가 그런 말을 했어요. 인류가 발명한 마지막은 AI가 될 거라고요. 여기에 더해 여러 학자도 얘기하죠. AI는 핵폭탄보다 위험하다고요. 제프리 힌튼 교수도 구글을 퇴사하면서 자기가 실수한 것 같다고 말해요. 시간상 세세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고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게 되면, 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사람이 예측할 수 없어요. 구글의 전 CEO이자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도 일론 머스크와 사석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자신의 손으로 신을 만드는 일이라고. 이럴 때일수록 예술가는 자신의 영역에서 인간다운 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묻고 성찰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동식 : 저도 한 마디 더 덧붙이고 싶은데요. 유일하게 인공지능이 못 뺏어가는 창작자의 영역이 바로 대면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을 만나고 다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예전에는 소설가는 그냥 소설만 집에서 잘 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예술가에게 필요한 일은 그 예술을 함께 향유해 줄 사람과 대면하는 일 같아요. AI가 유일하게 못 뺏어가는 사람 대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자기 창작물을 감상하고 즐겨주신 분과 의견을 나누는 일은 지금 인공지능 시대를 헤쳐 나갈 유일한 돌파구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정배 : 김동식 작가님이 좋은 말씀으로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결국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클러치를 장착해 주는 일 같아요. 자동차의 클러치처럼 저마다의 속도에 맞는 변형 장치를 작동시켜 주는 일이 우리 예술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모이신 세 분의 예술가는 각자의 영역에서 그런 클러치의 역할을 잘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 긴 시간 동안 고생하셨고요.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10호 기획 좌담 Ⓒ권가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