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穩全

닫기
통합검색
SITEMAP전체메뉴
내용 SNS 공유 +


요즘 우리 사회는 ‘기획’이라는 말이 넘쳐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반짝이는 기획의 향연입니다. 이런 기획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기획자’라고 부를 테지요. 문화예술계에도 오래전부터 ‘기획자’가 있었습니다. 미술, 음악, 뮤지컬, 연극, 전통예술, 클래식, 축제, 극장 등등 장르와 범위마다 조금씩 같고 다르게 이해되면서요. 예술계에서 기획은 무엇일까요? 기획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요? 어떻게 기획자가 되며, 기획자는 어떻게 일을 할까요? 두 명의 기획자와 함께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기획’과 ‘기획자’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제6호 기획 좌담  Ⓒ웹진 《온전》 편집부


들어가기


정한나(서유)(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청년기획자플랫폼11111 공동 운영, 이하 서유) : 서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정한나입니다. 독립기획자라고 소개를 많이 하고 예술 작업은 커뮤니티아트 쪽으로 다양한 기획을 해요. 요즘에는 워크숍 진행이나 퍼실리테이팅 쪽으로 작업이 많이 들어와서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자문도 다니고 있어요.


남하나(불나방)(서울프린지네트워크, 시각예술가, 이하 불나방) : 불나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남하나입니다. 2016년부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시작으로 기획자와 시각예술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살고 있고요.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 6~7기를 거쳐 현재 마포구 거버넌스 그룹인 문화로드맵과 충정로에 있는 청년예술청 SAPY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허영균(본지 편집장, 이하 허영균) : 서유님, 청년기획자 플랫폼 11111은 어떤 단체인가요?


서유 : 2019년도에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에 ‘기획자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 기획자들을 위한 지원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정책 제안을 했어요. 2020년에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을 통해서 거버넌스 사업으로 시작했고 공동 설계로 참여했다가 총감독을 맡아서 협업하는 구조로 변했죠. 완전히 자생하는 상태까지는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연결감과 친밀감이 쌓이기도 해서 계속 유지되고 있어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획자의 목소리를 담은 메거진도 발행했습니다.



기획자들의 기획자들의 기획자들의 기획  Ⓒ서유 제공


허영균 : 이번 좌담에서는 예술 분야를 넘어서 ‘기획’이라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기획의 성취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공같은 예술 분야 안에서도 기획이 갖는 입지와 역할이 다양하게 보여요. 불나방님은 계신 축제에서의 기획자 역할과 거버넌스 운영 등 여러 분야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각각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동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불나방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기획, 홍보 및 주로 전담으로 했던 일은 공간을 구성하고 축제 컨셉을 디자인화를 하는 일이었어요 전공도 회화이고 아트 디렉팅 작업을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했어요. 외부 사업으로는 공공기관의 제안이나 용역을 통해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진행했고요. 이 외에도 민-관 거버넌스에 관심을 가지면서는 민간공간 간의 협력 그리고 자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생각해보니 매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도 같아요.



기획의 본질


허영균 : 어떤 것을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무엇을 기획이라고 하는 걸까요?


불나방 : 모든 것의 시작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무엇을 하고 싶다면 거기서 출발하는 게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친구들은 머리로 상상만 하는 걸 기획이라고 정하는 것 같아요. 실은 운영과 홍보, 예산관리, 마무리까지 상상한 것을 누군가가 구현해주는 게 아니라 직접 하는 거죠. 기획도 영역이 다양한 것처럼 디자인도 나한테 기획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의미에서 운영도 기획이 될 수 있는 거죠. 어떤 프로젝트의 최초의 제안자로서의 기획자라는 본질을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근데 어떤 프로젝트를 먼저 구상을 하고 필요한 기획자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랬을 때는 최초 제안자의 지지자라고 할까요. 지지자면서 조력자로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2021 예술청 개관 프로젝트 가지가지 비법과 수다 그 이후 <끝나지 않은 축제>  Ⓒ예술청 제공(촬영 : Chad Park)


서유 : 큰 기획이랑 작은 기획이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큰 기획은 정말로 일의 모든 시작과 끝. 프로젝트의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운영과 마무리까지 이 전체를 다 조망하고 디렉팅하는 게 큰 기획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작은 기획은 말씀하신 것처럼 사전 기획 단계 정도로 궁리하는 걸 작은 기획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래서 기획이라는 말을 쓸 때 서로 의미가 다르게 쓸 때 있잖아요. 용어 정리부터 하고 나서 얘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불나방 : 예술계에서 누군가를 호명하게 될 때는 창작자라는 이름을 더 쓰긴 해요. 기획자라는 말이 오히려 더 사람을 가둬 놓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역할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획자가 할 역할은 이거야, 라는 규정을 정의 내려서 그만큼만 일을 주는 걸 많이 봤고요. 운영과 관리의 역할도 있지만, 기획자는 일을 벌리는 사람이잖아요.


허영균 : 영양사님이 메뉴를 짜는 게 기획자님이 하시는 거고 요리사가 만드는 게 창작자들이 하는 역할인가 이런 상상이 시작되네요.


서유 : 기획자가 인지하는 기획이랑 외부에서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기획이 업무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 파트에서 만큼은 나는 창작자가 아닌 기획자다라고 명확하게 업무 규정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우리가 통칭하는 그 기획자라는 단어가 영어 단어로 디렉터, 프로듀서, 매니저, 마케터잖아요. 모든 영역이 두루 포괄되잖아요. 경험이 적은 친구들이 스스로를 좁은 의미의 기획자로 자기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큰 틀에서 기획을 조망할 줄 알면 좋겠다는 얘기를 계속 나누려고 해요. 현장에서 개념을 넓혀놔야 공생할 수 있는 필드가 넓어지는 느낌.


허영균 : 그 많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게 기획자인데요, 기획자의 일과 역량의 측정은 가능할까요?


서유 : 기획자의 일 단위로 역량을 측정하는 이런 게 있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업데이트 중이에요. 협업하는 과정에서 업무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잘 공유하는지, 갈등이 생기면 그 갈등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자기 객관화는 어떻게 하는지. 하다못해 날짜, 돈 이런 것도 ‘몇 시까지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거랑 ‘천천히 해주세요’라고 하는 게 다르잖아요. 그랬을 때 명확하게 얘기하는 게 기획자로서 일을 잘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역량을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기획자가 각자의 어떤 인덱스, 예를 들어 ‘저는 이런 걸 잘해요.’, ‘이런 협업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해요!’ 라고 지표로 보여지면 협업이 잘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했네요.


허영균 : 어떻게 그리고 왜 기획자가 되셨나요?


불나방 : 그림과 전시 기획을 전공하면서 스스로가 작가로서의 고민이 많았거든요. 예술계에 오래 있고 싶은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프린지에 입사하게 됐죠.

그때부터 3년 동안은 그림 안 그리고 기획한다, 이걸 배워본다 마음먹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기획자로 살기위해 적극적으로 일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축제 기획자라고 호칭이 부담스러웠어요. 축제의 특성상 모두가 같이 하니까 이게 기획인지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축제도 알아가고 경험을 쌓다보니 제 스스로가  축제 기획자 아니면 독립 예술 기획자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남하나(불나방)(서울프린지네트워크, 시각예술가)  Ⓒ손하원 제공


서유 : 작정하고 기획자가 된 케이스에요. 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좌절하고 사무직 하면서 살다가 건강도 망가지고 이렇게는 못 살겠다. 뭐 해 먹고 살까? 했을 때 세상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예술을 하고 살아야겠다 하고 뛰어드는데 그 와중에 현실 감각은 있어서 기획자가 되면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방향만 잡고 출발했어요. 국비 지원 문화기획자 양성 강연을 여기저기 듣고 작은 지원 사업부터 깨작깨작 경험을 쌓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나이도 있고 일 경험도 있는 상태에서 이걸 조망하니까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아서 뛰어들었어요.


허영균 :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체화 시키는 것이 모든 ‘기획’이 갖는 본질적인 일의 구조인 것 같아요. 문화예술분야 외에 마케팅, 콘텐츠, IT 기업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기획자들의 역할과 능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지 몇 년 된 것 같은데요. 타 분야의 기획과 나의 기획이, 어떻게 같거나 다르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서유 : 마케팅과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들의 욕망이나 니즈를 읽고 영리 영역에서 그런 것들을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듯이 사람을 읽고 시대를 읽고 계속 사회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기획에 반영하려고 하는 그런 태도. 그게 닭과 달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신선하고 좋은 계획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결국은 사람들의 어떤 것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으면 당연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기획이니까.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죠. 분야를 막론하고 기획자만큼 어떤 그 개인의 성향이 일에 강하게 반영이 되는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기획들은 실무 중심으로 소비되지만 자기가 크리에이티브하게 뭔가를 만들고 끌고 가야 할 때도 있는데 대부분이 다 그림자 노동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고민하고 고심해서 이렇게 왔고 짜왔는데 사람들이 몰라주거나 이렇게 별로 알아주지 않으면 혼자 서운해요. 그래서 생색 내는 걸 연습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거 이만큼 하느라 이렇게 고생했고 고민했다는 걸.


허영균 : 자연스럽게 생색내는 방법 알려주세요.



기획자의 일하는 과정


허영균 : 어떤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결과를 내시는지 일의 어떤 흐름, 프로세스 같은 걸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불나방 : 구조화하는 걸 좋아해요. 우선 일의 시간을 체크하고 거기서부터 어떻게 시간을 분배하고 역할이 뭔지 분류 시켜요. 그리고 기본 주제를 가지고 매핑을 해보고 이와 관련해서 무엇일 필요한지 리서치해요. 또 그 리서치를 바탕으로 누구를 데리고 올 건지, 아니면 혼자 할 건지, 연결할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정리를 해봐요. 어떤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하고 어떤 말투로 메일을 보낼지 대본도 써요. 일할 때 긴장도가 높은 편이라 되도록 할 수 있는 준비를 많이 해봐요.

결과적으로 도식화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한 눈에 볼 수 있게요. 보여야만 타인에게도 설명도 할 수 있는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림을 그려야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문서는 다 PPT로 만들어요. 그게 편하더라고요.


서유 : 기획에서 중요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감각과 상상력의 공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한정 시간과 자본을 투여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은 얼마든지 마구잡이로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일의 앞뒤는 있어야 하니까요. 기획자가 본인이 하고자 하는 그 일이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일단 조건을 확인하는 거. 그게 아주 현실적인 감각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거예요. 현실적인 조건들을 다 고려한 상태에서 기획자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더 나은 어떤 다른 방식이나 결과물을 낼 수 있죠. 협업 파트너의 컨디션을 반드시 체크해요. 쫓기면서 일하고 싶지 않고 쫓으면서 일하고 싶지 않고 좋은 퀄리티로 안전하게 일이 진행되려면 중요한 거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잘 담보하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의 성향을 파악을 해야 안정적으로 굴려갈 수 있겠더라고요. 항상 제일 중요한 거는 사람.



정한나(서유)(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청년기획자플랫폼11111 공동 운영)  Ⓒ손하원 제공


불나방 : 개인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이 가장 정치적이며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시적인 이야기를 수집해서 발화하는 거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걸 시각작업 또는 기획으로 풀고 있어요. 개인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게 그리고 침묵되지 않게 말이에요. 어떻게 주체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가, 지금 저의 가장 관심사에요. 그동안 프린지의 입장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주목해 3년 동안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더욱이 이와 같은 감각이 살아난 것 같아요. 다만 한계라면 당사자성을 발동시키는 것, 공감하게 만들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얘기해볼 수 있을까? 어떻게 더 실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허영균 : 장르를 막론하고 잘 된 기획이다. 어떤 게 좋은 기획이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서유 : 청년기획자플랫폼 11111 이게 엄청 머리털 빠지게 고민하고 매달려서 했던 기획이에요. 지금이야 다들 비대면으로 만나는 게 익숙해졌는데 그때는 문화예술계에서 비대면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죠. 온라인 공론장에서 오프라인만큼이나 친밀감을 쌓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가 충분히 필요해요. 시뮬레이션을 몇천 번은 돌렸을 거예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잘 됐다는 게 있고 촘촘하고 섬세하게 기획을 했었는데 하나하나를 알아 봐주는 기획자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거버넌스 사업 중에서는 우리가 꽤 대단한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불나방 : 일을 하게 되면 경직되는 타입이니까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기획을 했을 때 신나하고 재밌어하고 재치 있는 작업을 하는 걸 보면 부러워요. 내게 없는 걸 가진 기획을 재밌어하고 흥미롭게 보게 돼요.


허영균 : 기획하면서 나 이거는 합당한 페이다라고 생각하고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스태프 단가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잖아요. 기획의 단가가 책정 가능한가? 이런 고민이 되거든요.


서유 : 과업의 종류에 따라서 난이도가 있잖아요. 기획자가 할 수 있는 업무, 기획자들에게 기대하는 업무들이 다양하잖아요. 어떤 현장에서는 퍼실리테이터로 넉넉하게 비용을 받을 때가 있고 공공 쪽으로 가면은 확 줄어들어요. 기관에서는 그렇게 쳐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주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불나방 : 어느 순간부터는 그래도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할 테니까. 그만큼의 노동을 더 하긴 하거든요.


서유 :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기획자 개인의 자기 단가와 그 일에 대한 업무의 단가. 이 두 가지가 맞아야 책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기획의 단가는 자신감인 것 같아요. 돈이 안되면 일이 매력적이어도 일단 거절하는 편이에요. 특히나 친구가 같이 해 주면 안 될까? 하면 친구니까 거절하는 거야, 라고. 나중에 서로 원망하는 상황 생기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기획의 미래, 기획자의 미래


허영균 : 두 분이 생각하시는 기획의 미래, 기획자의 미래는 어떨까요?


서유 : 모두가 기획자가 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는 기획자로서의 미래에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고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문화예술 씬에서도 기획의 노동 단가 표를 개발을 한다든지, 분야별로 또 기획자들이 이렇게 모여보자 해서 유니온을 만든다든지. 필요가 있으면 생기는 것 같아요.


불나방 : 축제는 기획자가 없어지는데 시각분야에는 많아질 수도 있죠. 재단 내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PM이 되고 PD가 되는 것처럼 기획자는 계속 나오겠죠. 기획이 좋지만 힘든 부분은 디테일이에요. 기획자의 태도와 디테일은 가장 중요해요. 같은 주제에 같은 기획에도 현장에서 다 느껴지는 게 있어요.


허영균 : 프로는 결국 디테일에서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디테일을 몰라서 못 챙기는 게 아니라 지구력이 부족해서 그걸 못해. 내가 도토리 나무를 털었어요. 저기 몇 개 더 있다. 나 지금 힘이 있는 거 아는데 이거 두고 갈게. 저거까지 털어야 되는데... 지구력은 프로젝트 안에서 기획자가 얼마나 지지 받았느냐도 다른 것 같아요. 계속 의심당하고 원망받고 이럴 때는 이미 체력이 너무 딸려서 내려놓는 거죠. 집에 갈 힘은 있어야 하니까.


서유 : 다양한 기획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있었거든요. 기획이라는 키워드 안에 관통되는 것들. 기획자로서 일을 처리해나가는 교집합이 생각보다 두터운 느낌이 있어요. 그림자 노동 때문에 외로워한다든지. 또 각자가 생각하는 기획을 비슷한 듯 다르게 정리하는 장면들이 재밌었거든요. ‘나는 기획자가 되려고 기획자가 된 사람이야’라고 얘기를 하면 그걸 신기해하는 거예요. 자기들은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쩌다 보니 내가 하고 있었어, 라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뭐가 명확해야 단가 등 주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필드에 나와 있는 기획자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요. 어디까지를 기획의 전문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거기에 대한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부분은 접근 관점이 예술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불나방 : 조직이나 크루가 있으면 개인이 숨겨지잖아요. 내가 했다는 거 자랑스러운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방식. 그런 것도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그게 또 다음을 확신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기획자는 숨겨져 있으니 아쉽죠.


서유 : 메타적인 것 같아요. 기획을 잘 해야 되는데 기획자인 나를 또 어떻게 드러내고 보여줄지를 같이 고민하죠. 자기 브랜딩도 기획을 해야 되니까.


허영균 : 현재 기획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근 미래에 어떤 이름으로 다시 불릴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기획이라고 이해했던 일들이 더 확장되거나 구체적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기획자들에게 있어 동시대적인 기획이 무엇인지도 계속 궁금할 것 같아요. 기획자들이 현재 무엇에 빠져있는지, 무엇을 조사하는지, 무엇을 기록하는지 좀 묻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기획자 #기획자들의 기획자들의 기획자들의 기획 #청년기획자 플랫폼 11111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거버넌스 사업 #창작자
 섬네일 파일
참여 남하나(불나방)
남하나(불나방)은 공연예술축제와 전시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영역에서 다방면에서 기획하고 있는 기획자이자 ‘불안’을 키워드로 개인의 서사를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시각 예술 작품 창작하는 시각예술가이다. 2016년부터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소속되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운영하며 더 나은 창작환경 만들기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마포구와 서울문화재단의 거버넌스인 청년예술청 SAPY와 청년예술인회의 <연구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다. 꾸준히 창작활동도 이어가고 있는데 <프린지 블랙리스트를 말하다>시리즈 기획, <머리없는 몸과 백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2021), <환향 : 바깥에서 안으로 회귀하는 여인들>(2019)에는 작가로 참여했다.
[인스타그램] @mariposa_xax
[이메일] hotlhana@gmail.com
 섬네일 파일
참여 정한나(서유)
정한나(서유)는 주로 기획자로 살고, 특히 요즘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많이 한다. 워크숍이나 네트워킹 등을 설계·진행하거나, 참여자 중심 프로그램 기획 또는 커뮤니티 운영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하기도 한다. 창작자로는 커뮤니티아트 디렉터라 소개한다.
[이메일] hansu0930@gmail.com
 섬네일 파일
기록 김은한
김은한은 매머드머메이드 명의로 2015년부터 매년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작고 작가와의 공동창작이라 우기며 1인극을 만들고 있다. 고약한 악질 연극을 만드는 ‘불가 버티고’로도 활동한다. 쉽고 즐거워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고 좋은 연극을 추구한다.
[인스타그램] @mammothmermaid
 섬네일 파일
필자 웹진 《온전》 편집부
[이메일] jjcf_run9275@naver.com
 섬네일 파일
참여 허영균
허영균은 웹진 《온전》 편집장,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이다.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했다. 연극과 무용을 만들고 그에 대한 글을 써오다 기획의 영역으로 반경을 옮겼다. 퍼포먼스성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창작 활동을 모두 공연의 일부로 보고 출판과 공연 기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웹진 예술경영 편집위원 등을 거쳐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더아프로》의 편집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인스타그램] @1docci
  • 최신기사순
  • 인기기사순
구독하기
전주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웹진《온전》과 문화뉴스 클리핑 @파발을 정기적으로 받아 보세요!
구독 이벤트
웹진 《온전》 어떻게 보셨나요?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5천 원 상당 모바일 교환권을 드립니다.
55000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20(경원동3가) T. 063-281-1563 F. 063-283-1201 E. jjcf_run9275@naver.com

발행처 : (재)전주문화재단 관리자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