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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 2호는 '환경과 예술'을 주제로 좌담을 진행한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환경을 다루는 예술, 환경적인 예술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동시대적인 관심사를 예술적 공감대로 구현하는 것'을 예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본 좌담에서는 예술가에게 고려되거나, 예술가가 시도하거나,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환경과 예술'의 경향을 다루어보겠다. Eco(자연/환경) 적인 관점과 더불어 Environment 조건적인 환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본다.

 

 

 

시작하며

 

허영균(본지 편집장, 이하 허영균) :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온전》은 동시대 문화예술의 이슈를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하는 매거진입니다. 지난 호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예술가들한테 계속해서 요구되는 기술 부분과의 협업이나 융복합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뤘었습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환경과 예술’입니다. 환경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되겠지만 이 좌담은 최근에 기후변화라든지 여러 가지 환경적인 이슈가 어떻게 예술계 안에서 소급되는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예술계 안에서, 예술가에게 환경이라는 이슈가 어떻게 변화하며 흘러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한 분씩 활동을 중심으로 인사 나누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왼쪽 첫 번째부터 정철규, 조민지, 양은희, 허영균  Ⓒ웹진 《온전》 편집부

 

양은희(스페이스 D 디렉터, 이하 양은희) : 저는 현대미술에 관해서 연구하고 가끔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제가 최근에 <기후 시민 3.5>라는 프로젝트의 하위 프로젝트로 ‘제주33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제주생태 관련 프로젝트들이 있으면 글을 쓰기도 하고, 작가들하고 또 교류하기도 합니다. 그 인연으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양은희라고 합니다.

 

정철규(탄소·예술 특별기획전 참여작가, 이하 정철규) : 안녕하세요. 정철규입니다. 본거지는 경기도 안산인데 현재 전주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각예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 프로젝트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기획, 진행하고 ‘이든프로젝트’ 라는 비영리 문화예술단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업에 대한 자세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또 얘기하다 보면 나올 것 같아서 이 정도로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조민지(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 참여작가, 이하 조민지) : 안녕하세요. 시각예술을 하는 조민지라고 합니다. 시각예술 분야 중에서도 입체 조형 설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익산(전주 근처)에서 주로 작업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교육 관련해서 ‘팔복예술공장’에서 상하반기 정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환경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도 한 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허영균 : 오늘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참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두 분의 작가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전주문화재단에서 무척 빠르게 ‘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같은 이런 환경적인 실천을 예술 작가들을 활동에 연결하는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민지 작가님께 먼저 여쭤보자면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알고 참여를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고, 이 프로젝트 안에서 어떤 작품을 구상 중이신지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조민지 : 평소 지원사업에 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주제의 큰 맥락적인 것들이 크게 와닿지는 않아서 지원사업에 대한 공모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환경 이슈로 진행하는 지원사업이 열리게 되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환경에 대한 문제는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숙원이라 생각해왔었습니다. 저는 자연에 대한 이기심 그리고 무의식중에 자연을 지배하려는 것들이 어디서부터 나오는가? 그런 것들을 이번 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 작업에 담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의 경험을 끌고 오게 되는데요. 유치원을 다니면서 우리가 한 번쯤 경험으로 심어봤던 식물들과 초등학교부터 쉴새 없이 그려왔었던 그린 환경 관련 표어나 포스터들이 모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들이었지만, 그냥 경험과 체험을 무분별하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년 전에도 제가 들었던 ‘지구가 아파요’라는 문구를 현재에도 들으며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습관적으로 무감각해졌던 단어들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조금 깨워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 작업 과정  Ⓒ조민지 제공

 

허영균 : ‘지구가 아파요’라는 말을 오랜만에 듣는 것 같네요. 예전에는 ‘지구가 아파요’가 그냥 ‘지구가 아파요’였었는데 최근에는 ‘지구가 아파요’ 그러면 ‘나도 아파요’까지로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생겨나는 시점인 듯합니다. 그러면 조민지 작가님께서 관심 있고 주목하시는 제일 큰 환경문제, 이슈라고 해야 할까요? 피해는 무엇입니까?

 

조민지 : 작가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 바라본다면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에 계속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예술교육으로도 연결해보고자 시도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결국에 내가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일회용품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나한테 돌아오는 그 과정에 관해서 이야기했었던 것 같습니다.

 

허영균 : 지금 작업 중이신 것도 그러면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한 작업이실까요?

 

조민지 : 연관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무의식적인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허영균 : 이것과 연결해서 아까 양은희 디렉터님이 말씀해 주신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기후 시민 3.5>라는 전시를 기획하셔서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후 시민 3.5 홈페이지(www.climatecitizens.org)  Ⓒ양은희 제공

 

양은희 : 지금 보고 계신 것은 <기후 시민 3.5> 홈페이지입니다. 대진대학교에 이혜원 교수님이 진행하신 프로젝트입니다. 사회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의 이론에 따르면 한 사회 공동체의 인구 3.5%가 참여하면 늘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냈다고 합니다. 20세기에 벌어졌던 간디의 비폭력 운동을 비롯하여 많은 사회 운동을 분석한 결과 나온 이론입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혜원 교수님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여러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온라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게 <기후 시민 3.5>입니다. 그중에 저는 ‘기후 제주’ 편을 맡아 ‘제주33 프로젝트’를 진행했고요. 사실 저는 이런 규모 다시 말해서 기후 위기를 우리가 늘 얘기하지만, 과연 예술이 이런 어떤 정말 절박한 사회 문제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궁극적인 지점에 도착하면 상당히 무기력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작업선에서 끝나야 할 것인가? 아니면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서 예술을 할 것인가? 어떤 행위가, 한 작가의 행위가 지구를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효과적일 것인가? 에 대해서 늘 질문이 있었습니다. 또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가? 이런 고민 끝에 에리카 체노웨스의 이론을 통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하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허영균 :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 프로젝트도 작가들이 실제로 참여해서 창작물을 만들어낸 그런 프로젝트일까요?

 

제주33 프로젝트 포스터  Ⓒ양은희 제공

 

양은희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의식의 총합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제주33 프로젝트>는 작가들이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작가를 포함해서 생태와 기후 위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제가 섭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이다슬은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환경과 교감하면서 창작의 영감을 얻는 작가입니다. 그다음에 임형록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 있는데요. 이분은 제주도의 현무암 바닷가에서 썰물이 되면 고인 물과 돌 사이에 나타나는 생태들을 영상으로 찍습니다. 작은 개부터 시작해서 고둥까지 촬영하는 영화감독입니다. 조민지 작가가 미세 플라스틱 얘기하셨는데 제주도에 사는 정은혜 작가는 오래전부터 미세 플라스틱을 가지고 작업하고 계십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해수욕장에 가서 채로 모래를 걸러내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고르고 그걸 가지고 만다라 패턴을 만들면서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교육하는 작가입니다. 우리가 미세 플라스틱을 말하지만 저는 이분을 통해서 미세 플라스틱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분간이 안 되는 플라스틱까지 찾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어떤 방향을 향해서 가고 있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텍스트 공간, 그리고 온라인상에 소개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허영균 : 이어서 정철규 작가님께 여쭈어보겠습니다. ‘탄소·예술 프로젝트’가 되게 재미있게 들리는데,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인지 작가님 설명을 통해서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작가님은 그 프로젝트 안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는가요?

 

정철규 : 우선, 저는 회화 작업과 설치 작업을 위주로 하다가 2019년부터 실을 사용해서 자수(손바느질 실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주는 레지던시를 통해 처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행도 한번 오지 않았던 곳인데 창작을 하기 위해서 오다 보니 지역에 대한 관심도나 지식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역마다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고자 하는 슬로건이 있을 텐데, 전주에 왔을 때 ‘탄소 도시 전주’라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정철규, 가리라고 했다

양복원단 위에 손바느질 실드로잉, 접착시트지, 70x50cm, 2019  Ⓒ정철규 제공

 

‘탄소 도시 전주’, 탄소는 대체 어떻게 이 전주와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증이 있었던 찰나에 ‘탄소·예술 특별기획전’ 공모가 있었어요. 작가들의 창작활동은 스스로 할 때도 있지만, 공모 제도를 통해서 더 확장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탄소를 예술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궁금증이 생겼고 아울러 탄소에 대한 지식,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사실은 몰랐습니다. 내가 하는 작업을 연결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탄소가 가진 성격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에 하나’라는 부분들로 처음 시작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다루고 있는 매체인 ‘실’, ‘원사’가 있는데, 탄소도 모여서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르게 해석도 되고 활용도 될 것 같아 이거를 나는 어떻게 가지고 놀까? 생각해 봤습니다. 탄소 원자를 실로 생각해서 작업을 한번 해보자. 원래 바느질 작업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환경과 연결 지었을 때 어느 정도 제가 연구를 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기존에는 미술 재료가 됐던 것들로만 작업했었다면, 환경적인 재료를 작업에서 어떻게 녹여내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정철규, 그 흔한 사랑 한 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

양복원단 위에 탄소 섬유 원사 손바느질 실드로잉, 27.3×45.5cm, 2개, 2021  Ⓒ정철규 제공

 

매체라는 건 작가한테 되게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정체성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탄소가 저한테는 아직 정체성은 아니고, 작업하는데 미술 재료가 아닌 것으로 작업을 하려다 보니 우발적인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신체적으로 해로운 부분도 있고, 유리 섬유처럼 조직이 세밀해서 신체에 닿았을 때 건강에 안 좋은 부분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몸소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첫발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존에 제가 익숙하게 가지고 놀았었던 미술 재료들이 아닌 탄소 섬유라는 재료를 통해서 환경적인 요소를 내 작업으로 끌어들일 때의 대처 방법이라고 할까요?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 이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예술이 환경을 말해야 하는 이유

 

허영균 : 이전에는 어떤 예술의 재료라 보기 어려웠던 것들이 이제는 예술의 재료로서, 형식이나 재료로서도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랬을 때 이것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재료로 존재 자체가 이슈를 가져갈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왜 이러한 환경적인 이슈를 예술로 다뤄야 할까요? 왜 예술로 환경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다루어야 하는지, 그럴 필요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양은희 : 저는 개념을 가지고 씨름하는 사람이고 예술가들이 어떻게 어떤 특정한 개념을 소화하는가를 분석하고, 그런 작가들을 찾아서 기획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때문에 생태, 기후 위기 이런 주제가 다가올 때마다 역시 그걸 글이나 기획으로 풀려고 했고요. 최근에 주목했던 작가들이나 또 ‘제주33 프로젝트’와 <기후 시민 3.5>는 2021년 가장 첨예한 주제를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대미술에서 그동안 ‘젠더’라는 개념 또는 ‘행동주의’ 또 참여 이런 얘기를 수도 없이 많이 해왔잖아요. 그 개념들이 나왔던 건 그 시대에 그 개념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2021년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후 변화가 영향을 미친 나라에서는 인간의 생존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이걸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데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 불에 타고 인류의 역사도 먼지처럼 언젠가 사라질 텐데. 그래서 이 절박한 문제에 누구든지 동참하는 시대고요. 그러나 좀 넓은 범위에서 보게 된다면 이건 왜? 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 머스트! 그런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허영균 : 말씀하신 대로 지금 우리가 겪는 이 문제들은 모두가 당사자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한 주제들이 더 밀려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저는 가끔 예술가 기획자를 포함해서 참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이러한 이슈가 발생하면 곧장 사실은 어떤 뭐랄까. 분위기가 바뀌면서 그러한 작업을 굉장히 많이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해요. 작가들이 스스로 그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껴서 작품화하는 예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표출하라는 어떤 판이랄까요. 기획의 장도 많이 늘어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도 같이 조금 이따가 여쭤볼 생각이고요. 그러면 이어서 조민지 작가님께서 이러한 문제들이 문제인 것과 별개로 왜 이것을 또 예술로 다 다시 다루려고 하는지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민지 : 이야기하신 거랑 같은 맥락이기도 해요. 작품을 통해서 예술가가 동시대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부분은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므로 예술가는 화제가 되는 키워드 주제들을 당연히 연결해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정보나 메시지를 시각화해서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가서 감정적인 것, 혹은 안에 담긴 메시지를 쉽게 풀어내는 것, 그렇게 다가가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고 담론화의 과정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문제 제기 이슈와 경각심을 주는 것, 예술이 그런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영균 : 예술의 사회적인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도 생각이 들고 저는 좀 삐뚤어진 인간이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예술에 부여된 윤리적인 요청 되는 게 많지 않나, 때로는 정치적인 상태를 요구하고, 때로는 굉장히 윤리적인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예술이 꼭 환경친화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것과 관계해서 정철규 작가님께서 대답을 조금 부탁드릴게요. 왜 예술과 환경이 연결되어서 지금 작업 돼야 하는가? 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철규 :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의 작품이 하나가 떠오르더라고요. 환경에 관해서 이야기했을 때 2014년도에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 올라퍼 엘리아슨이 ‘그린란드’에 있는 얼음을 가지고 와서 얼음 시계를 광장에 만들었잖아요. 여름에 에어컨을 많이 틀면 안 된다. 지구가 아프다고 하는 것처럼 이제 점점 남극의 얼음은 다 녹을 거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다음에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는 말로는 되게 많이 들었는데 시각적으로 봤을 때 체감되는 것들, 사실 예술이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런 거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신체적으로 경각심도 느낄 수 있고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술로서 보여주지 않을까? 물론 담론이나 책이라든지 보도 같은 것에도 다 나오기도 하고 경각심을 느끼며 환경에 대해서 생각은 해보겠지만, 신체적으로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보거든요. 그랬을 때 예술의 역할이 그런 부분에서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 얼음 시계, 코펜하겐 시청 광장 설치, 2014  Ⓒ정철규 제공

 

허영균 : 안 그래도 질문지도 드렸었는데 관련해서 환경적인 소재를 다루거나 주제로 하는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올라프 엘리아슨은 본인 스튜디오를 엄청나게 크게 운영하잖아요. 그러면서 발효 버섯을 이용해서 소재를 만들어낸다던가 주제적인 소재에 대해 접근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양은희 디렉터님께서는 작가 리서치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들이 어떤 경향이 있는지 또 인상 깊었던 작가나 작품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양은희 : 기후 위기의 주범은 인간이지 않습니까? 늘 소비하게끔 욕망과 무의식이 이미 자본주의에 점령된 사회에 살고 있죠. 그래서 저는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는데. 주경야독하던 옛날 방식, 다시 말해서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하고 싶은 독서를 하던 정신으로 예술가들도 뭔가 손에 흙을 묻히고 작업을 한 작가들이 좋더라고요. 직접 농사를 지어본다든가 자연 속에서 인간이 먹거리를 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과 싸워야 할지 비바람은 기본이고요. 벌레들뿐 아니라 수많은 장애를 거치고 어떤 하나의 음식 재료를 얻는 수고로운 노력을 하면서 그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작가를 보면 매력적이더라고요. 생존의 문제를 인식하고 절박하게 이 주제를 다룬 사람들을 보면 공감이 되고, 매번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태도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환경을 매체나 소재를 다루는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바닥을 다지고, 기초를 토대로 하는 그런 태도가 좀 필요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그런 작가들을 보면 굉장히 반갑습니다.

 

허영균 : 참 딜레마인 게 그러한 작품들로 설득되면 좋지만, 설득이 안 되는 이유가 그래서 예술이 뭘 해결할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참 입을 떼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예술 작업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친환경적이지 못한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서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공연예술 그 자체가 기후 변화에 대한 것을 다루고 그래서 많은 사람한테 경각심을 줬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필수 불가결한 비환경적인 활동들을 꼭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참 딜레마라고 생각하게 돼요. 정철규 작가님께서 말씀 이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철규 : 최근에 교육 프로그램할 때 2차 생산물 즉, 재활용품을 가지고도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그건 나중에 또 다른 쓰레기가 되잖아요. 두 번째 쓰레기가 되고 세 번째 쓰레기가 되고요. 재활용, 정크아트의 자연성,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반감이 계속해서 있었거든요. 나중에 또 몇십 년 뒤에 또 다른 쓰레기가 된 걸 봤을 때, 행위라든지 움직임이라든지 이런 거로 발생했다가 사라지고 경험으로 남는 예술이나 활동이나 이런 것들이 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좀 해봤고 그래서 최대한 재료를 적게 쓴다든지 그런 것들을 실천해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허영균 : 업사이클링이라든지 정크아트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사실은 이러한 용어 자체도 또 어느 순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환경 관련한 작업을 하는 작품 혹은 작가라고 하면 재활용 작가를 제일 많이 떠올리고 공공의 장소에 그 작품을 두거나 하는 방식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요구된 작업으로 저한테 읽혔던 적도 있고 또 정크아트 같은 경우 일부의 작품은 쓰레기를 또 다른 쓰레기로 변형시킨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물론 예술가의 뭔가 담김으로써 이게 작품화되기는 하지만 그냥 a라는 쓰레기를 a-라는 쓰레기로 변형하는 과정이라며 비관적으로 보기도 했었고요. 최근에 와서는 탄소 예술 작업하시는 것처럼 과정이 좀 확장되면서 비물리적인 친환경 작업 등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게 큰 변화고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민지 : 정크아트를 연결했을 때는 많이 만들고 생산해내는(맨손으로 만들어내고 생산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엘 아나추이’ 작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병뚜껑이라든가 것들을 납작하게 누르고 구리선으로 연결하는 설치 작업을 하므로 물질로 남는 거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가, 이번 환경 프로젝트를 통해서 과연 물질로 남는 작업만이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비물질적인 작업을 연결시켜보고 비물질에 대해서 계속 연구를 해보자는 관심사가 높아지면서 제임스 터렐의 작업이 재미있게 다가오긴 했었어요. 공간만 주어지고 제임스 터렐이 사용하는 빛이라든가 자연성 이런 것들이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거, 이런 것들이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환경 프로젝트(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과 후에 관심사가 변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 작업 과정  Ⓒ조민지 제공

 

허영균 : 비물리적인 작업일 경우에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없다고 해서 오염시키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 또한 제 프로젝트를 할 때 가능하면 ‘페이퍼리스’ 정책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근데, 검색하는 데도 데이터를 쓰고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데도 환경적인 문제가 발생하죠. 메일 계정에 있는 메일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가 엄청나게 줄고 전기 사용이 엄청나게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결국에는 뭐랄까 보이지 않게 우리는 많은 것들을 사용하고 오염시키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년 전쯤에 일 때문에 런던서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분들을 만났을 때 “한국이 천국이죠”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영국은 사용할 수 없는 재료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아크릴부터 플라스틱도 못 쓰고 뭣도 못 쓰고 뭣도 못 쓰고요. 한국에서 작품을 만들어도 영국에 반입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은 아직 소재에 대한 규제가 또 없는 거니까요. 그런 것들도 생겨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인터뷰하면서 하게 되었고 오늘 말씀을 나누면서 다시 떠오르는 기억이기도 하네요.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환경적 태도

 

허영균 : 코로나19가 문제가 되면 코로나와 관련한 작업의 판들이 열리면서 작가들한테 관련한 작업과 상상력을 요구하죠. 시대가 요구하는 환경과 관련한 작업환경의 변화나 흐름이 감지되는 것이 있을까요?

 

조민지 : 기후 변화, 코로나와 관련된 화재들은 예술가로서 계속 다뤄나가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누군가 꼭 하라고 하진 않지만, 압박은 있는 것 같아요. 지원사업이라든가 혹은 전시가 되는 흐름을 보게 된다면 당연히 이것들을 다 다루고 있으니까 예술가인 나 또한 한 번쯤은 다뤄봐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올해에서 끝날 건지 아니면 내년에도 또 계속 이어 나갈 건지를 주목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정철규 : 작가로서도 생존하기 위한 부분들이 많잖아요. 그랬을 때 코로나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면서 작년 같은 경우에 급작스럽게 관련 공모들이 매우 많았단 말이에요. 지원비를 주고 예산을 쓰고 책임 못 지는 그런 경우들도 많았어요. 아이디어만 제출해서 100만 원씩 준다거나 과정과 결과보다는 지원을 위한 지원 같은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공모들이 작가들에게 안 하면 뒤처지는 듯한 감정들도 생기게끔 만드는 분위기들, 그런 것과 관련 없이 존재하는 예술도 있는데 마치 이거를 꼭 이렇게 껴야 하는 필수 조건이 된다든지 하는 것들이죠. 특히 작년 같은 경우는 전시장이 문을 닫아서 영상 촬영을 송출해서 보여준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있었죠. 버티려는 방법이었긴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해결해 버리려고 하는 것들로 보였어요. 그랬을 때 무엇이 쌓이고 어떤 담론을 만들어낼지는 모르겠지만 빨리빨리 소비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에서 예술에 그런 부분들까지 갑작스럽게 하지 않나? 기대지 않나? 구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예술가로서 해봤던 것 같아요.

 

허영균 : 예술가들을 지원해 주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오히려 좀 더 슬프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지금 나는 이걸 하고 있는데, 잠시 멈춰서 아이디어를 갑작스레 쥐어짜게 된다던가요. 100만 원, 200만 원 소중한 돈이지만 그걸 받으려고 해야 했던 게 어려웠던 상황인 것 같아요. 여전히 중요한 문제지만 그래도 예를 들어서 ‘젠더 이슈’라든가 ‘미투운동’들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의 경험치와 기본 상식이 바뀌고 상승한 건 알겠지만 이 또한 작업적인 유행이 되는 건 아닐까요?

 

양은희 : 기후 위기는 금방 지나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 계속 시간이 흐를수록 현상 속에서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더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한반도가 아열대로 변하는 시점이죠. 우리의 패션도 달라지겠죠. 생활양식도 달라져야 하고 그러면서 미래는 확실한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더 늘어나면 그런 가운데서 과연 예술가들이 지금 하고 똑같은 방식을 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요. 위기의식은 앞으로 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 한 6년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그러거든요. 이걸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우리가 전력 소모도 많고 소비가 많으므로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선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환경의 문제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어서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할 것입니다. 저는 절대 이슈로써 사라질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의 개념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이 사실 이미 바뀌고 있죠. 예술의 개념은 비물질화를 내포하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편집장님 얘기하신 것처럼 이메일에 많은 이메일을 남기지 말아라. 마찬가지로 똑같은 논리로 치면 SNS에 매일 그냥 뭘 올리는 게 아니라 사실 한 달에 한 번만 올리는 것이 더 윤리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 논리를 따르자면 우리가 줄여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 차원까지 걱정해야 할 시기가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올지 아니면 그다음 세대에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곧 올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래서 예술도 곧 점점 비물질화를 향해 가지 않을까 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판매되는 사물로 간주되는 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릅니다. 아직 소비사회가 가동되고 있어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이 돼요.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면, 과연 인류가 살아갈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예측하게 될 시점이 와도 이런 예술의 기능이 가능할까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허영균 : 경각심이 생기는 말씀입니다. 사람이 뭔가 해볼 수 있는 시간이 6년이 남았다면,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개인이자 예술계의 사람인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에 꽃 시장에 갔더니 “우리나라에서 이제 나는 꽃이야! 우리 기후가 바뀌어서 그때 그 꽃은 안 나와”라는 말씀을 사장님들이 자연스럽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미 기후 변화는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구나 싶었어요.

 

정철규 : 작업을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처음에는 작업실이란 공간이 너무 갖고 싶어서 작업실이 있었죠. 근데 그러다가 한 5년 정도 후부터 레지던시를 하게 됐어요. 1년에 한 번씩 지역을 옮겨가면서요. 1년이 지날 때마다 작업물이 엄청나게 생긴단 말이에요. 근데 그러면 그 작업물을 가지고 다시 원래 있는 작업실로 들어가게 되면 원래 있는 작업실이 창고이다 못해 쓰레기장이 돼요. 작품이라고 생산해냈지만 다만 쌓여있는 쓰레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계속 끌고 다니기에는 다른 어떤 공간이 필요하고 다른 공간에 가기 위해서 조건들을 만들어야 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악순환인 듯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짐을 좀 줄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작가들이 즉흥적으로 제작하는 작업도 많아서, 10개 해놓고 9개를 버린다든지 오히려 생활용품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고요. 습작이라는 명목하에 그런 것들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며, 예술가이자 개인으로서 지켜야 할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조민지 : 환경문제에 있어 개인이자 예술가로서 보다 정확하게 알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었던 환경에 대한 생각들을 전환하게 해주었습니다. 많은 정보와 이야기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 나가는 과정들이 중요한 부분이고, 그것들이 작업으로도 반영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이소에서 사는 저가 제품에 대한 가치가 개인에게 얼마나 높은가 혹은 낮은가 이런 것들을 조금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1천 원의 소비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면서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태도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들에 대해서 작업에 연결 짓고 싶고, 이런 지점이 개인이자 예술가가 만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환경(친화)적 활동인가?

 

허영균 : 마지막 질문드리면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환경적인 행위인가 질문해봅니다.

 

양은희 : 예술은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행위죠. 그러니까 인간이기에 예술을 한다고 보고요. 근데 그 행위가 인간의 환경을 파괴하는 쪽으로 갈지 그 환경을 보존하는 쪽으로 갈지 선택도 인간이 하는 것이죠. 그래서 환경적인가라는 질문보다 당신은 환경을 위한 예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좀 더 타당해야 할 것 같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미 예술은 비물질화된 예술도 가능하다는 것이 1960년대부터 나오지 않았습니까? 퍼포먼스부터 시작해서 쓰레기를 가지고 재활용하는 작업까지 다양한 예술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런 선례를 알고 있으면서도 21세기에 아직도 쓰레기를 만드는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고 쓰레기를 만드는 예술을 하는 우리가 잘못이지 예술 개념은 아무 죄가 없는 것이죠. 다시 말해 지금도 다른 예술 개념, 즉 예술은 결국 인간의 창의성 구현이라 한다면 그 창의성을 친환경적으로 구현할 수 있죠.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민지 : 예술이 본질적으로 늘 환경적인 행위일 수는 없겠죠. 다만, 예술을 하는 예술가로서 환경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에 대한 가치를 마음속에 품고 작업에 임하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예술이 직접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죠. 그렇지만 우리 예술가들의 수많은 행위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렇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걸로 제 몫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과학자들에게 맡겨야겠죠.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라는 책 제목처럼 말이죠.

 

정철규 : 좀 전에 편집장님이 영국 작가들을 사례로 말씀해 주셨는데, 이 얘기를 처음 들은 거라 ‘정말로 저런 상황이 되면 어떨까?’라는 난감함도 있겠지만 길게 봤을 때는 그런 부분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예술이라는 자율성 안에서 관여는 좀 안 하는 것 같아 어떤 재료를 쓰면 안 된다는 규제가 현재 예술계 쪽에서는 정책적으로는 없는 것 같은데요. 비닐봉지를 안 쓰는 것처럼 예술에서도 환경을 위해서 쓰면 안 되는 물질(재료)이 지정되든지 또는 1인 허용량이라든지 이런 규제나 지침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책에 기대한다기보다는 작가 스스로가 학습을 통해서 덜 쓰고 덜 하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허영균 : 오늘 세 분께서 까다롭고도 단조로운 질문에 현명한 답을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의견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에리카 체노웨스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 #그린 르네상스 프로젝트 #탄소·예술 특별기획전 #기후 시민 3.5 #제주33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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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웹진 《온전》 편집부
[이메일] jjcf_run9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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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송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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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허영균
허영균은 웹진 《온전》 편집장,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이다.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했다. 연극과 무용을 만들고 그에 대한 글을 써오다 기획의 영역으로 반경을 옮겼다. 퍼포먼스성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창작 활동을 모두 공연의 일부로 보고 출판과 공연 기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웹진 예술경영 편집위원 등을 거쳐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더아프로》의 편집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인스타그램] @1do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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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조민지
조민지는 입체‧설치미술 작업을 한다. 주로 다양한 시선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그 외에도 비물질, 환경 등 작업의 키워드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작업에서 본질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담아내고자 한다. 현재는 작업 활동과 동시에 원광대학교에서 강의를 나가고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다.
[이메일] mdriem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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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정철규
정철규는 섬세하고 함축적인 조형언어로 주변부의 작은 목소리들을 따듯하게 품으면서 다양한 입장들의 평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며 익숙하지 않거나 기대에 어긋나 보이는 것들을 함부로 내다 버리거나 배제하는 대신, 새로운 접점이나 관계를 탐색하는 식으로 그것들을 어떻게든 전체에 포용하려고 애쓰는 시각예술 기반의 작가다. 또한 그는 2010년 송은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송은아트큐브에서 진행한 첫 번째 개인전 《Lingering Moment》를 시작으로 2021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에서 열린 《브라더 양복점》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지난 십여 년간 활발하게 활동하였고, 경기창작센터,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를 거쳐 현재는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이메일] choulbb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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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양은희
양은희는 뉴욕시립대학교(GC)에서 미술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지구화, 젠더, 코스모폴리타니즘 등의 주제로 현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연접지점: 아시아가 만나다>(2005), <2009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개관1주년 기념 전시 <조우>(2010), <Uneasy Fever: 4 Korean Women Photographers>(2012), <4.3미술제>(2017), <제주33 프로젝트>(2020) 등을 기획했다. 주요 저서로는 『방근택 평전』(2021), 『22개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공저, 2017), 『뉴욕, 아트 앤 더 시티』(2007, 2010)가 있으며, 역서로 『개념 미술』(2007), 『아방가르드』(1997), 『기호학과 시각예술』(공역, 1995)이 있다.
[이메일] eyang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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