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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네 사람이 모였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것 같습니다. 지역, 활동이 서로 다른데 먼저 각자 자신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장애여성공감’에서 20년째 활동하고 있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발행하는 웹진 이음 기획위원입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 인권 운동 단체이고, 그에 소속하여 활동하고 있는 극단 <춤추는허리>는 장애여성의 몸과 경험을 전면에 드러내면서 ‘장애여성의 삶과 인권 현실을 예술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단을 했습니다. 다양한 장애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극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다양한 퍼포먼스 작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웹드라마도 촬영했습니다. 취약성의 정치로 의존과 서로 돌보는 관계를 지향하며 장애, 섹슈얼리티, 탈시설, 독립 등을 주제로 무대 안팎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소수자성에 기반하여 정상성에 도전하는 예술 활동을 지향합니다. 또 배우만이 아니라 연출 기획 등 장애여성 당사자의 포지션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니까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하는지 그 지향에 주목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좌담회 사진 
Ⓒ전주문화재단 제공

박연희: 저는 극단 함께사는세상(이하 극단 함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마당극 공연을 하고 있고 창단한지 35년되었습니다. 극단 함세상은 창단 때부터 창작 공연과 교육연극을 같이 해왔습니다. 초기에는 어린이, 교사와 함께 교육연극을 했었는데 2015년 소극장 함세상을 개관하면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연극교육을 하게 됐어요. 단원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연말에는 한 해 동안 활동을 발표하는 ‘함께 사는 장애인 연극제’도 시작했습니다. 한 6년 정도 진행했는데, ‘장애인 연극제’라는 타이틀이 붙으니까 페스티벌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더라구요. 그래서 2021년부터 ‘모두 페스티벌’로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연극, 영화, 음악, 전시 등 장르도 넓히고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비장애 예술가들도 참여했죠. 22년부터 3년 계획을 세웠는데, 22년 동행, 23년 자립, 24년 연결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22년에는 인큐베이팅에 중심에 뒀고. 23년에는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주관기관으로 함께 하면서 기획과 협력에 방점을 둬서 진행했습니다. 올해 3년 차에는 관객 확장을 위해서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장애인, 시민들의 참여를 넓히고자 했습니다.

김민성: 저는 전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2024년 전주시 열린관광지 사업의 일환으로 전주시로부터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위탁받아 시행하였고, 곧 하드웨어 개선 공사도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 열린관광지는 무장애 관광거점을 만드는 사업인데, 전주시는 2019년, 2022년에 이어 2024년까지 총 3회 선정이 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팔복예술공장, 전주 한벽문화관, 전주 수목원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 사업이 선정되어 딱 1년 되었습니다. 하드웨어 개선 공사는 제가 제안한 아이템이 선정되었어요. 장애예술가가 공연장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베리어프리 공연은 지역 내 수요조사를 통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농청각 장애예술 전문단체 핸드스피크의 수어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을 초청했습니다. 지난 11월 14일에 공연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박규현: 저는 창작극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61년에 창단한 극단입니다. 2019년부터 한국전기안전공사 유니버설 안전예술단의 연기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의뢰가 왔는데 완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어요. 공공기관 장애인의무고용율을 지켜야 하니까요. 작업을 하면서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들을 지켜보게 되더군요. 예를 들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더라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이분들이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인데 지금은 건강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냐, 이 일이 아니면 공사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그려면서 정규직 전환이 안 되고 있어요. 한국전기안전공사 내부에 연습 공간도 있고, 대우나 조건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고용 불안 문제가 있는 거죠.


우리의 취약함이 드러나고 연결될 때

이진희: 장애인을 고용한다, 기회를 준다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지원에관한법률이 제정되고 관련해서 5개년 계획도 나오고 앞으로 정책이 더 늘어날 거에요. 아직은 대부분 시혜적 접근에 머물고 있어요. 장애예술가들이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 정책, 제도, 공공기관, 공공극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베리어프리한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갈지 더 논의하고 시도해야죠. 


장애여성공감 대표 이진희 Ⓒ전주문화재단 제공

박연희: 저희는 민간단체인데, 3년 전부터 아르코 연수단원 일자리사업으로 장애인을 채용해서 같이 일하고 있어요. 첫해는 지체장애인, 두 번째 해는 뇌병변장애인, 올해는 발달장애인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함께 일한 분은 저희와 연극작업을 하면서 계속 축제에 참여했던 배우예요. 고민이 많았어요. 이분이 극단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하나에서 열까지 매뉴얼을 만들고 같이 활동하는 기간이 꽤 길었습니다. 정말 필요한 건 우리 극단 내의 배우들과 기획자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이해예요. 우리는 작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조금 낫긴 하지만 그래도 부딪치는 것이 있죠. 효율성이라든지 이 틀이 깨져야 되는 거죠. 물론 일을 두 배 해야 되고 이런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같이 생활을 하다 보면 그거는 잠깐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변화하고 성취하는 것이 있어요. 

김민성: 지금 극장 하드웨어 개선을 앞두고 있는데,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공연장과 시설 주변을 돌면서 아 당사자가 경험하는 것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우리 시실에 이렇게 턱이 많은 줄 몰랐어요. 당담자인 저도 직접 구체적으로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는 거죠. 이번에 공연한 수어연극도 수어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는 구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미리 체크하고 객석을 구분해서 장애인석과 비장애인석 예약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디테일을 더 챙겼다면 캠페인도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사업 담당자인 저조차도 놓치는 것이 많은 거죠. 결국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계속 해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레 어렵다고 할 게 아니라.

박규현: 저는 장애예술과 만났을 때 그 경험을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혐오나 몰이해 문제만은 아니구요. 예술은 어떤 탁월한 행위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분들은 어떤 달란트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부딪치게 되요. “왜 해야 됩니까?” “알겠는데 왜 해야 되죠, 이분들하고?” 이런 질문들이죠. 시혜적인 태도를 넘어, 그런 방식인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무의미하고 무례하다고 생각되는데, 동료로서 함께 한다고 할 때 고민이 되는 거죠.

이진희: 우리 단체는 수월성, 탁월성이 정상성 중심이다는 입장입니다. 예술 안에서 정상성의 기준이라는 게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누가 배제되는가,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갈라지는가, 예술가로서 창작의 주체가 되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관객으로서 향유하기도 어려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기존의 예술 질서가 차별적이지 않은가, 이런 질문을 계속 하거든요. 그래서 수월성의 기준이 다시 만들어져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장애예술에 특화된 좋은 정책이 필요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이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비상계엄 사건도 있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통한 탄압도 있었죠. 예술가의 생존권 노동권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예술계 전반의 권리, 창작환경, 생태계가 변화하는 속에서 장애예술생태계도 좋은 영향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수월성 탁월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간다고 할 때 제도와는 어떻게 협의할지, 현장에서는 어떤 식의 담론의 축적이나 토론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러한 논의에서 당사자들이 배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등등 여전히 많은 과제가 있죠.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장애 당사자가 없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박연희: 저희와 같이 <괜찬타! 정숙아>를 공연한 김정희 씨는 중증 뇌병변장애인 극단 놀노리패 대표와 연출을 맡고 있어요. 김정희 씨는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기(AAC)로 소통하면서 자기가 직접 발로 대본도 쓰고 연출도 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정숙 역을 맡았어요. 올해 제주, 광명 마당극 축제에서 공연을 했는데, 축제 예술감독님들이 연기가 좋다고 그러더라구요. 계속 자신의 표현 감각을 찾아나갔던 거죠.

극단 함께하는 세상, 모두 페스티벌 예술 감독 박연희 Ⓒ전주문화재단 제공
 
이진희: 우리 단체에 연출도 하고 배우로 무대에 서고 또 극단장 역할도 하는 서지원 씨가 있어요. 뇌병변장애인으로 언어장애가 있는데 그분과 작업하면서 배우의 말하기란 무엇이냐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서지원 씨가 ‘나의 발성은 복식호흡이 아니라 두 발 아래에서 나온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신체의 어느 기관을 중심으로 나의 말하기가 시작되는냐 하는 새로운 감각을 던져주었죠. 비장애 중심성이라는 것이 몸에 대한 생각, 다른 몸들과 어떻게 관계맺는가에 대해서 우리의 시선과 감각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죠. 또 수월성, 탁월성에 대한 논의에서 취약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가 있는 타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나의 취약성도 발견하게 되는 것이요. 그런 계기들이 장애예술을 특수한 영역에 가두지 않고 ‘모두를 위한’ ‘모두와 함께’라는 관점을 진전시키는 것 같습니다. 장애를 또렷하게 하면서도 ‘우리 모두가 다 평등하게 이곳에서 예술할 수 있으려면 뭐가 필요해?’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하겠죠. 그리고 관객들도 장애예술을 보고, 읽고, 감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낯선 몸을 봤을 때, 안 만나던 존재들을 만났을 때, 다가가기 어렵고, 공감하기 어려운 순간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해 보이거든요. 

김민성: 이번에 수어연극 리허설을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핸드스픽크는 농인, 청인,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극단인데, 예를 들어 NG가 나도 소리로 전달이 안 되니까 스텝이 후레쉬를 흔들어서 신호를 준다든가, 그걸 못 보면 무대에 올라가서 직접 전달하죠. 또 연출가의 음성언어를 배우들에게 수어 통역으로 전달하죠. 비장애인 단체의 리허설과는 다른 과정이었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 단계가 필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는 세밀한 작업이었습니다. 리허설을 못봤다면,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연을 봤다면, 제가 공연에서 놓치는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장애 예술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이니까 힘들 거야, 장애인이니까 이러겠지라고 지레 짐작하게 되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그랬지만.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나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

박규현: 궁금한 게 있어요. 발달장애인과 연습을 하다보면 더디죠. 대사 한 줄만 바뀌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집중력이나 체력에서도 다르죠. 정말 힘든 건지, 하기 싫어서 힘들다고 하는 건지, 처음엔 그것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이진희: 관계를 맺을 때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안 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긍정적인 표현이예요. 의사 표현을 해봤던 경험이 드문 사람이 교육, 예술 활동, 노동하시면서 ‘나 싫어’ ‘안 할래’라고 자기 표현을 하는 걸지도 몰라요. 박규현 선생님이 관계를 잘 맺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그분이 이전에 맺었던 관계보다 좀더 평등한 관계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박연희: 구체적으로 마주치는 이런 이야기를 해서 좋아요. 저는 참여자들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지치거나 다른 행동을 하거나 이럴 때 다 같이 응원을 해요. 처음에는 도와주기였는데, 원하지 않는데 도와주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동료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응원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세세하게 프로그램으로 짜요. 물론 현장에서는 다른 상황이 발생하고 거기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죠. 뭐냐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죠. 장애, 비장애,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그래야 그룹에 소속감이 생기고 협력이 이루어져요. 


장애예술과 지역

이진희: 네 지금까지 각자 자신의 현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지역’으로 좀 확장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지역에서의 어려운 점도 있을 수 있고,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더 잘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민성: 공연을 기획하면서 수요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전주에 장애예술이 다양하지 않았어요. 특히 청작장애인을 위한 공연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핸드스픽크를 초청하게 된 거예요. 또 한편으로는 이 사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첫 공연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죠. 공연 당일에 굉장히 많은 장애인들이 오셨어요. 보호자나 인솔자 없이 오시는 농인들도 있었는데, 그래서 너무 반갑고 좋은데, 수어통역사를 두 분밖에 섭외하지 않아서 혼란이 있었어요. 다행히 현장에서 다섯 분이 지원해주셔서 안내할 수 있었죠. 지역에도 좋은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는 거죠. 또 이번 공연을 계기로 지역의 관련 단체와 기관들의 관심도 커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협력을 위한 노력도 더 하려고 합니다.

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 대리 김민성 Ⓒ전주문화재단 제공

박연희: 대구의 지역적 특성 하나는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이 활발하다는 거예요. 모두페스티벌은 4개의 장애인 인권단체와 극단 함세상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어요. 그동안 축제의 주요 관객이 장애인 당사자, 가족들, 선생님들이었는데, 더 확장하고 싶어서 올해는 300석 규모의 공공극장 봉산문화회관에서 했어요. 다른 장애인단체에서도 오고 중증장애인도 많이 오시고 그야말로 극장이 난리가 났어요. 공공극장인데 휠체어석이 5석밖에 없어서 기존 객석을 빼서 30석으로 늘렸어요. 또 전동휠체어가 객석으로 들어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서 로비에는 전동휠체어 주차장도 만들었죠. 장애인들의 관람 경험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공연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규현: 전라북도 장애인복지관에서 발행한 장애인 문화예술 실태조사 자료가 있어요. 2022년 자료인데, 코로나 시기이죠, 대략 100건 정도로 추산되더라구요. 공공기관도 있고, 민간기관도 있고, 동아리도 있고, 장애 비장애 예술인 협업도 있구요. 공연예술계에 있는 저도 이정도의 활동이 있는지 잘 몰랐어요. 시도가 있다는 건 의미있지만, 이런 작업들이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 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창작극회 박규현 Ⓒ전주문화재단 제공

이진희: 오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지역 간 교류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네트워킹을 하려면 서로의 곤란함을 마주해야 되죠. 이 곤란함 이라는 것이 정책부터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의 관계까지 정말 진동이 큰 작업이죠. 저는 전주를 생각하면 자림원이 떠올라요. 인권 침해 문제로 시설이 폐쇄되었죠. 이것도 전주의 역사잖아요. 이런 역사를 기억하면서 전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지역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관광자원으로 소비되는 지역성과는 다른 지역성이죠. 그런데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이동권 문제도 떠오르고 그러네요. 참 전북자치도에서 국립모두예술콤플렉스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봤는데, 관련 활동이나 단체들의 연계가 잘 되고 있나요?

김민성: 잘 해야죠.

박규현: 오늘 나눈 이야기 중에 저는 ‘나의 발성은 발에서 시작된다’고 했던 이야기가 가장 남아요. 예술의 혁신,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장애예술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틈이 확 벌어지는 균열이 생기는 것 같아요. 탁월성, 수월성이라는 것도 예술이 변화하면서 계속 변화하는 것인데 정작 장애인들과 작업하면서도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요. 물론 지금 당장 제가 새로운 지향이나 미학을 발견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영감을 얻은 것 같아요. 제도 등도 중요하지만 저에게는 장애예술의 새로운 미학에 대해 더 관심이 갑니다. 저는 오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아요. 

김민성: 저는 베리어프리 업무를 맡은지 딱 1년밖에 안 됐는데 이 분야에 특화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맡은 업무니까 잘하자에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려고 해요. 오늘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러 이슈들, 활동들이 연계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왔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지역의 장애예술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박연희: 저는 수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남네요. 저는 연출이고 배우예요. 그래서 좋은 작품, 좋은 연기라는 것이 결국은 배우 자신, 그리고 그 작품의 정체성이 관객과 분명하게 서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함께 작업하는 발달장애 청년들은 아직 예비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장애예술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기는 수련이라고 생각하는데, 끊임없이 수련하고 도전하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행동 연기를 이 팀들하고 두 달째 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흡수해서 표현을 하고 있어요. 기회가 주어지고 시간이 주어져야 좋은 배우가 되고 수월성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공감해요. 오늘 이 자리의 다음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자리에 장애인 당사자도 함께 해서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좌담회 사진 Ⓒ전주문화재단 제공

이진희: ‘역량으로서의 장애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오늘 저는 곤란을 마주할 용기를 같이 얻은 자리 아니었나 싶어요. 역량이라는 것도 여러 가지 말로서 설명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 여기의 어떤 곤란함, 어떤 딜레마, 실패의 경험, 이런 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장애예술인들과 계속 협력하면서 그 길들을 모색해가는 것이 장애예술의 역량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려움을 나눔으로써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극단은 ‘더 이상 전시되는 사람으로 살지 않겠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여줄지 내가 결정하겠다’ 그러면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사회와 다르게 관계를 맺겠다. 예술의 영역 안에, 예술 활동 안에서. 장애예술을 접근하다 보면 포함되지 않는 사회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장애예술이 그걸 다 마주하고 있는 중요한 현장인 걸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웹진 <온전> 15호 기획좌담회
제목 : 취약함,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 새로운 세계
일시: 2024.12.05 수
장소: 팔복예술공장 A동 세미나실
참여 이진희(서울,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 허리)
       박연희(대구, 극단 함께사는세상, 모두페스티벌 예술감독)
       박규현(전주, 창작극회, 연출가,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캠페인 연기자 지도)
       김민성(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 열린관광지 사업 수행)
정리: 김소연(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채록: 최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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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 허리
[이메일] wdc2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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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박연희
극단 함께하는 세상, 모두 페스티벌 예술감독
[이메일] ilsima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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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박규현
작극회, 연출가,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캠페인 연기자 지도
박규현은 연극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 밴드를 꿈꾸며, 동네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메일] harock1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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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김민성
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 열린관광지 사업 수행
[이메일] ftts102@jj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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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소연
김소연은 연극평론가, [문화정책리뷰] 편집장이다. 좋은 공연을 함께 보기 위해 비평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이외에도 연극을 보는 다양한 방식을 궁리하고 실행한다. 극작가 리서치 워크숍, 삼인삼색 연출노트, 커뮤니티와 아트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공저 『세월호 이후의 한국연극』
[인스타그램] @sweetdream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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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최아현
최아현은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등단하고, 전주에서 소설가로 활동하며 계속해서 기록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기록하고 소설에 옮긴다. 단편소설 「독립」과 「대원의 소원」을 발표했다.
[이메일] ahyoun09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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