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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시기획, 대안 모색을 위한 연대
제14호 지역 미술세계로 진입하기_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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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미술 현장은 언제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재해 왔다. 이는 미술이라는 분야의 특수성, 즉 자본과 밀접하면서도 거리를 두려는 속성이 만든,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앙과 구분되는 지역의 지리적/문화적 한계의 영향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오늘날 이 현장에 변화의 흐름을 만들기 위한 어떤 대안을 모색해 본다면, 이번 호에서는 전시기획, 즉 큐레이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보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미술현장에서 활동 중인 청년/신진 기획자들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채 영: 과거에 미술잡지에서 좌담 등의 형태로 다룬 지역 미술현장에 대한 문제점들을 보면,공통적으로 ‘전문적인 전시 공간의 부족’, ‘비평 혹은 기획의 부족’, ‘미술 시장의 협소함’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거 같은데요. 작품 수준이나 지역의 미술인과 관객의 인식 수준이, 외부와 비교할 때 부족한 편이라는, 다소 쎈 지적도 있었구요. 저는 지역에서 큐레이팅을 통 기획 전시들이 많아진다면,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여러가지 효과들이 앞서 나열한 문제들을 개선해 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지역에서의 전시기획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를 위해 먼저 과거부터 지적되어온 한계나 문제점들을 오늘날의 미술현장에서도 경험하고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공공기관 학예사로서 최근 큐레이팅을 통한 기획전시가 많아진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의 김다이 학예사, 지역 내 수많은 작가들이 전시를 진행했고, 전주 관광의 중심지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온 교통아트미술관의 박진영 큐레이터, 이제 막 서학동사진관에서 객원큐레이터로서 기획 등의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한준 작가는 지역 현장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주문화재단 제공


김다이 : 앞에 말씀 하셨던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되어온 문제들, 그 중에서 관객들의 수준이라는 표현은 좀 과격한 거 같지만요, 어쨌든 지역의 현장에 대한 불만 섞인 지적들은 계속해서 있는 것 같아요. 일단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구조적으로 그러니까, 애초에 현장에서의 선택지가 다양하게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 우리가 놓여 있다고 봐요. 전시 공간도 한정적이고 기회도 적다보니 작가들이 작업 과정에서 작품을 어디에 어떻게 펼쳐 놓을 것인가에 대해서 상상하고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습니다. 


또 하나는 문제점들이 반복적으로 언급만 되고 개선되지 않는 걸 경험하면서 생긴 어떤 의식들일거 같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 뒤집을만한 에너지가 지역에 없다거나, 이를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어떤 풀pool이 좁다고 생각하면서 지레 포기하는 일도 생기구요. 지역 예술인들끼리 서로 가깝고, 얽혀 있는, 좁은 관계에서는 비판이나 지적이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황이 더 악화될까 우려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꺼리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벌릴 것 없는 전시>에서 참여작가 신민, 문채원,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이 놓여진 

4전시실 '영구적 불안정성과 건강한 시간 보내기'의 전시 전경, Ⓒ전북특별차치도립미술관 제공 


그런데 특히 고착된 문제가 있는 환경에서, 변화는 한 번에 일어나기보다는 그래도 누군가 계속할 때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거든요. 10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건 아닐거 같아요. 저희 도립미술관도 최근 2년간 새로 부임하신 관장님 이하 학예사들이 기획 전시에 포커스를 두고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접근을 통한 기획이 관객들을 여러 방향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미술을 통해 일시적인 공동체가 만들어 진다거나 사회에 개입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구요. 작가와 관객, 모두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보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특히 최근 몇 년간 젊은 작가분들이 특히 소규모 아트페어의 형태로 뭔가 시도해보거나, 공동체를 형성해서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노출시키려는 시도 등이 생긴 걸 봅니다. 이런 사례들이 이후에 어떤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시도하는 것 자체는 너무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너무 말이 길었나요?



최근 청년작가들이 아트페어의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또한 판매도 하는 기획들이 늘고 있다. 
전북청년작가그룹인 '더젊은'에서 10월 17일부터 4일간 아트페어를 진행한다. Ⓒ김하윤 작가 제공
 
채영 : 아직 대안이라고 할 정도는 못되지만 종종 이론 클래스나 스터디를 열기도 하고 지금은 미술관련 책을 읽는 북클럽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진영: 저는 그런 시도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개인으로서 운영을 하게 되면은 힘에 많이 부치실 것 같은데요, 문화재단이나 이런 기관에서 같이 하는 자리들을 만들어서, 뭔가 지속될 수 있는 이론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김다이: 맞아요. 담론의 구심점이 되는 사람들이 등장을 해도 이게 기관 차원에서, 제도적 차원에서 꾸준히 지원을 통해 확장이 되어야 하는데, 혼자서 이끌고 가다가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면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채영: 저도 점차 이론 관련 활동들이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동미술관 이야기가 나온 김에, 거기는 특히나 관광객을 포함해서 일반 관객들이 많을텐데요. 최근에 기획 전시들을 하면서 체감한 피드백이 있으실까요? 앞에서 관객의 인식 문제도 이야기가 나왔었으니까요.


박진영: 그럼요. 저희는 일단 많은 관광객 또는 시민들이 찾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다양한 관객층의 여러 반응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지금 우리는 전시기획의 전문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끔은 오히려 아마추어 작가분들의 디스플레이 방식에 더 좋은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때면 저희는 현장의 전문성을 더 갖춰나가려는 방향을 갖되, 그것만큼이나 관객들하고도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대중의 시선에 맞춘 기획을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를 들면, 제가 두 번째 기획했던 《유연한 공간, 연대의 힘》은 여성의 이야기를 가지고 동시대의 이야기들로 풀어나간 거거든요. 기획단계에서 작가분들과의 소통에도 노력을 많이 했고 준비하면서 관련 공부도 많이 하면서 기획에 신경을 많이 썼었어요. 전시를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나 퍼포먼스, 영화를 접목해서 이전과는 다른 기획적인 시도가 있었어요. 이때 관객은 확실히 자신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반응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여성 작가들의 전시다 보니까 주부님들이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하시고, 많은 감동을 받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2024교동미술관 기획초대전 CHROMA 《유용한 공간:연대의 힘》교동미술관 본관, 뜻밖의 미술관에서 2024.5.7∼6.2까지 진행 


이번 《주역의 해방들》전시도 어떤 사회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50~6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놓은 전시인데, 거기에 공감하는 주부 관객분들의 공감하는 반응을 많이 보이셨어요. 사실 첫술에 배부르기 힘들잖아요. 계속해서 전시기획이 역할을 하려면, 저도 관객들도 공부도 하면서 같이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각자가 속한 공간에서의 노력들이요.


2024교동미술관 기획초대전 CHROMA 주역의 해방들전시 전경, 2024.9.10 - 9.22 교동미술관 본관


채영: 지역 미술현장에서 경험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다보니 현재 기획의 변화들과 그 반응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하게 되네요. 이제 창작활동을 하면서 객원 큐레이터로도 일하고 계시는 한준 작가님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요.


한준: 저는 먼저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더니, 전시기회가 주어지는 건 매우 한정적이니까, 제가 직접 만들어서 움직인 케이스거든요. 저는 석사 수료하고 개인전을 하고 나면,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정말 적다는 걸 체감했었어요. 짧은 기간동안 시행착오를 계속 겪게 되는데 이러한 현실이 작가로서의, 하나의 진입장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 광주에서 진행하는 예비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광주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데요, 가까운 광주만 해도 저의 기획 같은 것에 대한 피드백도 해주고, 작업도 한 번씩 봐주고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이나 광주시립미술관, 예술공간 집과 같은 곳에서 신진작가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인풋이 있는 것 같아요. 전북지역에서는 이런 게 너무 한정적이고, 최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더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시 관련해서 직접 레퍼런스들을 찾다보면, 제 동료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매체를 다루는데, 서울이나 타지역의 대안공간의 전시에서는 회화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도 종종 보거든요. 또 작품은 세 점인데 전시 크레딧을 보면 참여자는 7명인 경우도 있고. 이런 낯선 상황을 누구와 상의하고 어떻게 지역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면 고립된 느낌, 무력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합니다. 여러 시도들이 지역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김다이: 공간이 늘어나고 기획자들의 실험과 시도들이 다양해지면, 참여작가들도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 구성에 따라서, 조명과 연출도 달라지고 그러면 작품도 재밌고 특별하게 보이자나요. 작가들도 창작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경험하구요.


 

김다이 학예사는 전시공간의 물리적 환경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전북청년》 전시에서 이보영 작가의 작품은 거울을 통해서 높은 구조물의 상단 부분을 볼 수 있게 설치 되었다. Ⓒ채영 제공


한준: 그런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작품에 대해서만 고민하다가 정작 현장에서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고민이 적은 사례들도 봐요. 다들 어렵게 준비한 전시인데, 혼자 하다보면, 이를 진행하고 운영할 때는 부족한 측면이 생기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지역의 전시장에서는 전시 캡션이나 간단한 인쇄물 같은 것도 전혀 없는 경우도 있는데, 


김다이: 맞아요. 아무 정보가 없는 경우들이 있죠. 


한준: 경우에 따라서는 정보나 텍스트들이 생략될 수도 있다고 보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홍보물이나 안내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의 작업노트랑 정보를 담는 소개글도 구별 없이 쓰는 경우들도 있어요. 과거부터 반복해서 그렇게 해왔다보니 이제는 다들 그냥 넘어가시는 경우들이 있어요. 


채영: 저는 그래도 최근에 지역에서도 운영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전시기획을 통한 변화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보는데요. 세 분들 같은 경우에 각자의 공간에서 그러한 움직임에 힘 쓰시는 것 같구요. 아까 교동미술관의 사례처럼 다들 전시장에서의 피드백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다이: 저는 도립미술관에서 하는 기획 전시 중에 작년에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전시. 그리고 올해 《버릴 것 없는 전시》. 공교롭게도 둘 다 특별전이었는데요. 처음에는 관객들이 이해가 어려울 것이라거나 지역은 그런 기획에 익숙하지 않다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요즘 관객들 눈이 상당히 높아요. 핸드폰으로 챗GPT나 간단한 검색만 해도 요약된 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리고 이런 전시들이 먼저 있어야 지역의 관객들이 더 알게 된다고 봅니다. 실제로 관람객들이 새로운 작품들, 우리가 서울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유형의 작품들을 전북에서도 보는 거에 대하여 반가워하는 것을 저는 분명히 피부로 느꼈어요. 물론 잘 알려진 백남준의 작품이 있었던 것도 있겠지만, 히토 슈타이얼이나 페터 바이벨의 작품을, 전북에서, 그냥 내가 사는 지역의 미술관에 갔더니 그런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일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오민수, 킥 스타트(시리즈 3), 2023/2024, 오토바이 커버, 와이어, 10미터 길이의 설치, 가변크기, 전북도립미술관의 지원으로 개작

Ⓒ도립미술관 제공


그리고 관람객 만족도 조사와 같은 지표가 있잖아요. 근데 그런 걸 봐도 전시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되게 높았고. 무엇보다 관람객 수가 말해줬어요. 《버릴 것 없는 전시》도 역대 특별전 중에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어요. 그 말은 사람들이 이런 거에 목말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보면 그동안 시도를 안해서 변화가 더디게 느껴졌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우리가 더 힘을 내서 더 부지런히 다양하고 좋은 기획을 해 나가면 충분히 바뀌고도 남을 수 있다는 거죠.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의 작가들과 서로 피드백이 오가면서 영향을 주고받다보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준: 저도 그 부분에서 동의해요. 제가 일하는 서학동 사진미술관은 소규모다 보니 관객들께 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일일이 다 해드릴 수 있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작품과 전시에 대한 반응들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저는 관객들이 개별 작업을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시의 기획 부분을 좋아하고, 거기에 목마름이 있는 관람객의 호응을 보게 됩니다. 조형성 뿐만 아니라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와 같은 것에 관심이 있고, 기획에 대한 부분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관람객들도 이미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채영: 지금까지 우리는 전시 기획과 운영의 측면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긴 한데 사실 지역의 전시들을 지적할 때는 운영에 관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만, 생각보다 운영적인 문제들이 현실적인 문제들과 많이 부딪히면서, 변화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립미술관의 최근 기획의 예처럼, 오히려 내용적인 측면의 개선이 현장에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김다이: 맞아요. 이게 운영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쉽게 개선이 안 되는게 정해진 예산이라는 게 있어요. 좋은 결과들이 있어야 예산 지원에 대한 요청도 할 수 있죠. 그래서 콘텐츠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전시 공간들마다 국공립이냐, 사립이냐, 또 대안공간이냐, 갤러리냐에 따라서 성격도 다르고 각자의 역할도 조금씩 다르겠지만, 부분은 공통적일 거 같아요 


채영: 저희 같은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도 결국 예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도 항상 운영에 관해서는 변명들을 하는 일이 많아요. 큐레이팅을 통한 기획의 내용 측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운영적인 측면으로도 이어지도록 노력해봐야겠어요. 


사실 저는 최근에 지역에서 전시기획에 있어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훨씬 늘어난 거 같은데, 이번 기회에 현장이 체감하는 분위기나 성과를 함께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보단 말이죠. 


김다이: 일단 길게 보고 있어요. 당장의 단기적 성과라고 하면 많지 않지만, 그냥 현장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그리고 수치로 나타나는 것들을 보면서 적어도 2년, 3년이 지나면 분명히 그 다음 단계가 오겠구나라고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거는 맞아요. 



      

청년예술인 그룹인 CArt의 《생존배낭을 싸는 철새들》 展 (국립군산대학교미술관, 군산) 전시 전경, 

최근에는 작가 그룹들의 전시들도 기획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준 작가 제공


박진영: 저도 도립미술관이나 팔복예술공장이나 기획전을 다 보러 다녀요. 그러면 서로 영향을 받거든요. 교동미술관 입장에서는 가까운 현장에서 큐레이팅의 역할도 커지고, 전시 성격이 조금 이전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걸 보면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그렇게 발전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학예팀 분들도 최근에 전시의 기획 단계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영적인 부분도 기본적인 디테일에 신경을 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김다이: 최근 교동미술관의 도록이나 자료들을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작가 연구나 기획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아요. 


한준: 도록이야기를 하시니까, 신진 작가의 입장에서는 전시에서 디자인의 영역에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요즘에는 도록까지도 전시 기획의 한 부분에서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작가들도 여기에 대한 준비들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다들 필요성을 느끼시기는 하는데, 과거에는 자료들 정리도 안했었고, 아카이브라기보다는 단순한 홍보물로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홍보물의 퀄리티도 신경 안 쓴 게 너무 많았구요. 또 홍보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마저도 아예 제작을 안 했던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전시 때는 정보가 없고 이후에는 자료도 기록도 안남게 되는 거죠. 


채영: 그런 사례가 많죠. 그치만 이것 또한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만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공모나 기획에 필요한 자료들이 조금씩 다른데 이에 대한 정보나 경험들이 있어야 포트폴리오도 잘 정리하고 전시에 대한 기록도 정리 되겠죠. 그걸 활용할 기회가 적었으니 자료 준비가 적을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종사자들끼리 필요한 부분은 서로 도우면서 함께 준비를 해야 인식도 바뀌고 경험도 쌓이면서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김다이: 사실 사람들은 미술하면 각자가 생각하는 형태들이 다 다르잖아요. 경험과 지식 혹은 취향에 따라서 떠올리는 미술의 모습이 다 다를 거 같아요. 이 다양한 미술들을 구분하고 또 이해하는 건, 채영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경험이 다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트페어나 소규모 갤러리부터 대형 갤러리나 국공립미술관의 기획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그 공간마다 기획의 성격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될 때, 과연 큐레이팅과 기획이란 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들이 생길거라고 봐요. 그동안 지역은 그러한 경험들이 제공되지 못했던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채영: 작가도, 전시공간에서 일하는 분들도 서로 함께 일하다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전시를 준비하거나 운영하는 환경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그래서 기획자나 공간 운영자들과 작가 간에 전시에 대한 소통이 잘 안 이뤄지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아요. 기획자들도 한정적인 기획을 해왔던 부분도 있구요. 그러다보니 요구사항이나 지원상황에 대해서 오해도 생기고 그래서 협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하구요. 


박진영: 기획자로서의 경험, 작가는 기획자와 일해본 경험이 다들 많지 않다보니 기획에서 서로의 역할에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일인 것 같아요. 


한준: 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7월에 청년 작가 스무 분을 초청을 해서 '태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었어요. 이때 신작 의뢰를 드리고 아티스트 피(artist fee)에 대해서 안내를 드렸더니, 굉장히 낯설어 하시더라구요. 작가들이 전시에 혼자 행정부터 기획, 운영까지 하다보니까 이런 사례들에 대한 경험이 적을 수 밖에요. 9월의 기획전시에서는 가벽을 세워서 공간에 변화를 주고, 포스터도 디자인 하고, 구성에 변화들을 주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들을 진행 했습니다. 근데 항상 주제에 맞춰 정해진 형태로 그림만 거는 걸 반복하셨던 작가님들의 경우, 이런 경험을 하니까 너무 재밌으셨다고 하더라구요. 촬영 인터뷰도 하는데, 서로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그걸 경험하는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채영: 작가도 공간의 운영자도 많은 것들을 서로 시도해 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경향이 있죠. 그러다보면 많은 것들이 현실적인 문제들과 부딛치면서 포기하고 생략하게 될 때가 있어요. 누가 문제 삼지도 않구요. 


김다이: 큐레이터 혹은 작가가 서로에게 문제도 삼고 올바른 요구도 해야 새로운 변화들도 생기고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많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그 결과값으로 변화가 와닿을 것 같네요. 당장 우리부터 동료들 간에, 업계 사람들 간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지역에서는 서로 전시들을 많이 챙겨보고 축하해주고 하는데, 정작 피드백들은 많이 오가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이런 판을 벌렸을 때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 같아요. 


채영: 이제는 개인들의 노력 만이 아니라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서로가 연대하고 독려하고, 때로는 비판도 하면서 내용들을 공유하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서로 실천들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김다이: 그런 의미에서 한준 작가님 이번 개인전 오프닝에 발제자를 섭외해서 같이 이야기해보는 자리 만든 것 자체가 진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자리 자체가 없었던 거를 만들었다는 것. 그 기회가 있었다는 것. 그게 진짜 중요한 것 같고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저처럼 느꼈기를  바랍니다. 


전시장에서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도록 토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  Ⓒ한준 작가 제공 


박진영: 자연스럽게 대안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거창한 게 아니라 채영 선생님은 공간시은에서 전북 작가만이 아닌 타 지역의 작가들을 공간에서 소개하는 것. 이것만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 거잖아요. 김다이 학예사가 동시대 담론의 미술을 지역에서 보여주기 위한 기획들, 저희도 기획전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운영하려는 노력들 이런게 그 자리에서 계속 열심히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김다이: 계속하는 것 그게 대안인 것 같아요. 


한준: 버텨보기. 아까 체감이야기가 나왔지만 저는 교동의 기획전시의 변화들, 도립미술관의 전시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최근 1~2년 사이에 말이죠. 현장에서 다른 전시공간들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반응들을 듣기도 해요. 그런걸 보면 확실히 관객분들도 기획에 의한 전시들, 그리고 관객 뿐만 아니라 작가, 기획자, 운영자 혹은 기관 관계자들도 다 그런 변화에 대한 갈증들이 있었다고 봅니다. 


박진영: 그전에도 기획전의 형식들은 다 있었지만, 더 연구적인 큐레이팅 성격이 반영되고 있어요. 거기서 만들어지는 변화가 전환점을 만들고 반응도 생기는 것 같아요. 


채영: 이런 상황들을 계속 공유하고 이를 통해 미술 현장의 사람들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활동하다 보면, 분명히 나은 지점으로 갈 수 있겠죠. 


김다이: 계속 이렇게 다들 재미난 기획들 내놓다 보면 관객들도 전시의 취향이 더 다양해질 수 있고 기획에 대한 피드백들도 더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관객들이 나가면서 가볍게 어떤 개별 작업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좋지만, 더 나아가 어떤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 제가 늘 전시하는 목표이기도 하거든요. 예술이라는 걸 통해서 사람들이 지금 세상 돌아가는 거에 더 관심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의 미술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채영: 생생한 이야기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전주문화재단의 웹진을 통해서 현장의 이야기들이 기록되고 남는다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적어도 각 공간의 실무자들이 공개적으로 기획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생긴다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후에 더 확장된 대화들 그리고 기획들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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